저에 대한 소개부터 해야겠군요.
저는 이벤트를 10년 넘게 해왔고, 앞으로 남은 삶도 이벤트인으로 살고 싶은 박명수씨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직업을 물어보면 “이벤트 일을 한다”고 대답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이벤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직업군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항상 부가 설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요. 그래도 이벤트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가진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가까이는 2002 한일월드컵 성공의 주역이 바로 우리들이라고 자부합니다. 공식행사부터 월드컵플라자, 지역문화행사, 후원기업의 프로모션 등 수천 수백 건의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의 매뉴얼을 만든 주인공이 우리니까요. 몇 달을 사람다운 삶을 포기하며 지냈지만, 그것이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일이었기에 보람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명수씨의 표현에 의하면 제가 “브로커 여러분”중의 하나가 되었다고 하네요. 우리 업무 중의 하나가 중개업인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연예인들과의 출연 섭외 과정에서 브로커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저 스스로를 브로커라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중개업무 이전에 광고주의 니드를 파악하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오랜 조사와 사유와 토론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기획이라고 얘기하고, 그래서 우리 스스로를 기획자라고 칭합니다.
‘브로커’라는 말에 특별한 거부감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를 통해 거액(?)의 출연료를 받으며 부를 축적해가는 당신들의 이벤트업에 대해 인식이 대단히 천박함에 대한 당혹감은 감출 수 없습니다. 당신은 상대적으로 소액을 받지만, 어느 연예인은 한 번 출연에 웬만한 월급쟁이 연봉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기도 합니다.
음반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된 현실에서 특히 가수들의 주요 수입원은 행사니까요. 아다마급 몇 명을 제외하면 개그맨의 주요 수입원도 행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은 리허설 한 번 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무단 펑크를 내기도 하고, 행사시간에 늦는 일은 자주 볼 수 있죠.
가장 화가 날 때는 돈 준 사람들을 겨냥하며 “운영이 엉망이다”, “수준 낮다”는 등의 발언을 무대 위에서 서슴없이 할 때입니다. 차에, 혹은 대기실에 2~30분 앉아 있다 올라간 당신들이 어떤 근거로 그런 훌륭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당신들의 대단한 통찰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죠.
그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저는 연예인에 대한 감정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연예인 출연자는 행사에서 빼기 위해 노력하죠. 그런데 당신들이 갖고 있는 힘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행사에 출연하면 관람객 수가 늘어난다는 광고주들의 믿음이죠. 그래서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당신들을 모시기 위해, 비싼 출연료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때로는 비굴하게 사정하기도 합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이 당신들의 눈에는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습니까? 당신의 브로커 발언은 당신들의 그러한 인식이 정직하게 드러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들에 대해 이미 충분히 실망했기에 특별히 더 화가 나지는 않지만, 오늘도 광고주와 관객(고객)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밤을 낮처럼 일하는 후배들을 위해, 그들의 자긍심과 보람은 훼손할 수 없는 것이기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1. 당신은 브로커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2. 이벤트를 브로커라고 표현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3. 당신은 이벤트를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혹시 ‘브로커’ 발언이 이벤트인을 폄하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요?
이 질문을 어떻게 당신에게 전달할지 방법은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당신의 답변을 듣고, 당신이 당신의 말에 어떻게 책임질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나이 40이면 자기 얼굴과 말에 책임을 져야죠. 더욱이 술자리 안주도 아니고, 공중 매체를 통해 나간 말이라 당신의 ‘브로커’ 발언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합니다.
오늘은 유난히
짜증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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