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회 전국체육대회와 엠바고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수 많은 체육행사들을 보면 화려한 개막식을 보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개막식 이벤트는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월드컵은? 물론 월드컵도 큰 행사이지만 FIFA규정에 의해 개막식은 경기장에서 개막전경기가 있기 때문에 시간적인 규제를 받는다.
200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상암경기장)도 세네갈과 프랑스의 개막전 30분전에 모든 이벤트는 끝났다. 하지만 올림픽은 다르다. 종합경기장에서 선수단 입장서부터 성화봉송, 점화, 각종 세레머니와 문화행사를 하고, 다음날 수많은 종목이 벌어지는 여러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면 되기 때문이다. 어째든 올림픽 개막식이 단연히 돋보인다.
‘올림픽 개막식의 하일라이트는 무엇일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성화점화라고 대답한다. 최종주자는 누구이며 , 점화자는 누구이며, 가장 궁금증을 더해주는 것은 점화를 어떻게 하는 것?... 점화방법이다.
그 나라의 올림픽 영웅(스포츠선수)이 그 나라 또는 지역의 특성에 맞게 최첨단 혹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점화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점화방법은 아틀란트 올림픽 때 화살로 점화하는 게 기억에 남는다.
각설하고 제78회 경상남도 전국체전 개회식을 준비하면서, 특히 체전사상 최초로 야간에 이루어지고, 색다르고 경남만이 갖는 특성을 살려달라고 ..경상남도의 요청에 의해, 많은 날들에 거쳐 자료를 조사하고, 고민하고 , 드디어...성화점화안이 결정되었다.
경상남도 앞바다에서 일본의 수 많은 배를 격침시킨 이순신장군의 대포였다.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 배를 대포로 무력화시킨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천자총통이었다.
그래서 대포로 결정했다. 최종주자가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돈 후 대포 앞에 서서 대포에 불을 붙이면 대포소리와 함께 특수효과에 의해 불이 그라운드에서 성화대로 올라가며 성화점화가 되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다들 이야기하고, 우리 연출팀과 특효팀은 많은 리허설을 해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개막식 전날 평소 알고 지내던 모 신문사 체전담당 기자가 갑자기 저녁을 먹자고 했다. 내일 저녁이 행사이고 해서 피하려고 했지만... 간단하게 저녁만 하자 해서 횟집에서 소주 한병에 저녁을 먹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 체전 준비 이야기, 처음으로 야간에 치르고, 대한 체육회가 아닌.. 광고대행사에서 하는 체전 개막식....공무원들과의 갈등이야기.... 한 시간이 금새 지났다. 자리가 마무리 될 무렵...
그 기자가 물었다... 참 체전 성화점화는 어떻게 하나? ... 개인적으로 궁금하다고... 자기도 경남사람이고.. 많은 기자들도 궁금해 한다고... 난 어이가 없어서 .....낼 저녁이면 볼 텐데 뭘 궁금하냐고 낼 보라고 대답했다..... 이 기자는 정말 개인적이라면서 엠바고(embago)할테니까 .... 이야기하란다.... 약간의 언쟁 속에 ....에이 뭐 엠바고인데... 하면서 간단히 이순신 장군과 대포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헤어졌는데...
사건은 다음 날 아침 벌어졌다. 체전 사무실에 들어 선 순간...... 문화 관광 국장님의 고성이 들려왔다... 아뿔사!! 아침신문에 성화점화에 관한 기사가 써 있었다. 독점 취재란다..... 기자의 이름은 ...헉... 헉. 어제 그기자...
누가 이걸 기자에게 이야기했어??... 아니 기자가 어떻게 알았냐구??.. 고성 ....고함 속에.. .... 자세히 기사를 읽어보니... 다행히 틀린 부분이 있었다......난 얼른 대답했다. 아마 리허설을 보았나 보죠.. 그리고 기사가 다 맞지는 않네요... 추측성도 있구요..... 그리고 이 기사를 읽으면 호기심에 더 많은 사람이 현장에 올 것 같아요.... 대포에 불 붙이면 어떻게.. 날아 가는 지 궁금 할 거 아니에요... 등에는 식은 땀이 흐르고..... 임기응변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ㅋㅋㅋ 죄송합니다.... 국장님...제가 범인이예요...
용서해주세요...ㅋㅋㅋ
사무실에서 나오자 마자 그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화도 나고... 내가 어리석기 도하고... 엠바고를 믿은 내가 바보고... 그렇다고.... 이미 지난 일을 가지고 화 낼 수도 없고....화를 내야 나만 손해고... 웃으면서 반칙하지 말자고 했다.... 그 기자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개막식, 폐막식 기사를 잘 써 주겠다고....담에 저녁같이 하자고 하면서...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기획자 여러분~ 기자들 넘 믿지마세요.... 기자는 본능적인 직업 의식 속에 기사거리는 바로 쓰고 본답니다. 직업의식이 넘 강해서.....ㅋㅋㅋ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고 한번 사귀니까... 좋은 사람들도 많고...
어째던 엠바고는 믿지 맙시다. 결국 체전은 무사히 마치고... 그 기자는 약속? 대로 개회식, 폐회식 기사를 잘 써 주었다. 너무 잘 써주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엠바고에 얽힌 재미있는 추억이었다.
엠바고(embago) : 매스 미디어 용어로 취재 대상이 기자들에게 요청하거나,
서로간의 합의에 의해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자제하는 경우
원래는 한 나라가 상대 나라의 항구에 드나드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
이 순 신 장군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 저는 개인적으로
김 훈씨가 쓴 칼의 노래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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