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끝에서 나와 "그대로 풍경이 되는 무대."
[탐방](주)더씨닉디자인(The Scenic Design) 박근우대표
▷ 박근우대표가 일하는 공간 사방에 가득한 무대스케치. 모두 직접 그렸다고 한다.
스케치를 바탕으로 한 ‘그림같은’ 디자인, 그리고 겸손함을 바탕으로 한 ‘든든한’ 무대를 제작해나가고자 하는 더씨닉디자인의 박근우 대표를 만났다.
Q. 회사명의 어감이 세다. 씨닉(Scenic)의 뜻은? 'Scene'(풍경, 배경)의 형용사다. 그리스 원형극장에서 시작된 무대의 ‘뒷배경’을 지칭하기도 한다. 우뚝서있으면서도 조화롭게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 ‘더씨닉디자인’의 10가지 원칙과 그것을 ‘지키는’듯한 장식물.
Q. 회사의 강점을 꼽는다면? 시작이 연극·방송 무대라 이벤트 무대 쪽과 디자인의 방향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인테리어, 디스플레이 등 '공간의 범주를 다양하게 보려고 노력 한다'는 것이 커다란 강점이다. 그래서 모터쇼, 대형전시 등도 잘 치러낼 수 있었던 듯하다. 다행히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CJ E&M에서 방송무대 디자인 및 시공을 맡겼다. 우리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의 포괄적 디자인 능력을 눈 여겨 보고 일을 맡겼다고 한다.
또 하나는 ‘세트 및 전시전문 제작(공)장'이 있다는 것이다. 300평무대 3개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규모로 무대디자인 회사 중에서는 최초였다. 조직을 세분화하여 디렉팅(미술감독)부터 제작시공(기술감독)까지 일률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이고자 한 것이다.
▷ (좌)제작장 전경 / (중)제작회의 / (우)회의 후 제작에 들어가는 무대
Q. 벽에 ‘스케치’한 무대도면을 꽤 붙여놓았는데? 디자이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디렉터다. 방향성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면 그냥 수정만 하는 거랑 차원이 다르다. 그 매개체가 '스케치'인 것이다. 컴퓨터는 그다음 도구이지 첫 번째는 아니다. 게다가 3D시안으로 주고받는 것보다 이해가 직관적이다.
업계에는 디자인에서 당연히 거쳐야할 프로세스를 잘 지키지 않는 고질병이 있다. 여유가 2~3일 밖에 없으니 3D로 기존에 작업했던 시안을 '우려먹는' 디자인이 나오는 것인데 이를 깨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 역시 영업스타일보단 직접 그리는 쪽이다. 현장에서 책임지는 것이 영업이라는 생각으로.
▷ 하나의 풍경으로 변신하는 스케치.
Q. 디자인은 물론 시공까지 하는 이유는? 제작이 상위에 있는 회사의 경우 디자이너가 '제작'의 영향을 많이 받고, 디자인을 해놓고 난 뒤의 권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디자인에서 출발해 제작을 병행하는 우리는, 보다 자유로움 속에서 스스로의 디자인에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다. 예산에 좌우되지 않으면서 조직적으로 '디자인'의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 (좌)시멘트 벽돌을 감각 있게 활용한 입구의 책꽂이.(우편함 같기도...) 그 위에 선 회사 로고. / 작업에 열중한 직원들.
Q. ‘더씨닉디자인’ 디자이너의 능력은? 직원들이 모두 미술 또는 건축 관련 전공이다. 첫 회의 때부터 방향, 컨셉 등 전체를 이끌며, 설계의 실마리를 풀어내주는 사람이 무대 디자이너이다. 이러한 전체 '그림'을 그리면서, 전문가들을 스스로 찾아 기술적으로 풀어낼 궁리도 함께 한다. 디렉팅과 책임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과의 협업 자세 또한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시장조사차원에서 디자인재료 및 기술적 부분들을 주기적으로 연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팝업스토어 의뢰 시 광고주가 종이, 파레트, 콘테이너 등 재질에 대해서나 4면이 다 열리게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분야의 전문가들과 일일이 연락해 협업을 이뤄낸다. 방향을 지키는 한 편 특수한 부분을 찾는, 한 마디로 말해 ‘표현할 줄 아는 겸손함‘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다.
Q. ‘더씨닉디자인’에서 맡은 행사 중 제일 컸던 것? 규모가 제일 컸던 것은 '2012 일산킨텍스 하이네켄 센세이션'과 ‘대구전국체전’. 그 외에도 무대, 전시, 인테리어, 공간디자인, 컨벤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았다.
Q. 무대디자인으로 시작한 계기? 중·고등학교 때 회화미술을 했고, 대학교 때 무대디자인 하부의 공간연출을 전공으로 택했다. 대학로 연극무대 바닥, 방송미술팀을 거쳐 건축회사에서 설계와 인테리어 일을 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만큼 영역에 대한 구분이 없었고, 8년간의 한 무대회사를 거쳐 현재의 '더씨닉디자인'으로 이어졌다. 회사 탄생까지의 과정에서 자연스레 ‘그림’, 그리고 ‘건축’이 우리 무대 디자인의 기본이 되었다.
Q. 앞으로의 나.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겸허한 소통을 해나가겠다. 나는 이 일로써 성장하고 싶다. 종이 위에서 자유로이 흩날리는 ‘그림 같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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