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그들이 죽어갈때~~. 김정환 박사

2014.05.06 10:20 이벤트넷 조회 6,717 댓글 0

그들이 희생될 때 또 다른 곳에서 소리 없이 힘들어하는 이들이 또 있습니다.



김 정 환
관광학 박사(축제. 공연기획 전공)

한국축제문화연구소 소장

그들이 시리도록 차디찬 바다 속에서 죽어갈 때 우리들은 그들의 희생을 아파하며 한목소리로 정부의 무능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정부는 무었을 하고 있나, 정부는 왜 늦장을 부리는가라고 말입니다.

구조부터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종 매스컴엔 해양 전문가들이 나와서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떠들어 대는 사이에 우리들의 아들 딸들은 고통 속에서 처참하게 죽어 갔습니다. 공기를 집어넣어라, 공기주머니를 넣어야한다, 에어포켓 있다,없다. 이런 소모전 펼칠 때 아이들은 손톱이 빠진 것도 모를 정도로 고통과 절망 속에서 그나마 살아있던 아이들마저 한명씩 한명씩 사그라져 갔는데 말입니다.

현장 투입된 그 많은 관련기관에선 첫날부터 준비한다, 들어간다, 물살이 쎄다, 날씨가 안 좋다, 파고가 높다, 들어가니 시야확보가 안된다, 산소통 둘러메고 20분만 조사할 수 있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급기야 조명탄이 떨어져서, 준비한 조명탄이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못해서, 줄이 끊어져서 또 다른 변명만 늘어놓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가고 한명씩 그렇게 아이들은 꽃잎 되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투입된 인원이 500명이니 600명이니 선박이 몇척이니 항공기가 몇대 떴다는 것은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 언제부터는 만들어 놓은채 투입하지 못한다는 구조함이 있다는 등, 별 해괴망측한 이야기만 매스컴에서 흘러나오고 해경에서 해군으로, 해사부에서 안행부로 이리저리 돌리며 책임전가 급급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해양 전문가들은 매스컴에서 자취를 감추더니만 이번엔 사고의 원인규명에 열을 올립니다. 선장을 구속했다. 해운사 대표가 과거 오대양사건 연류 되었던 사람이다, 외국에선 이렇지 않는다. 2등 항해사가, 3등 항해사가 운행했다, 선박을 개조했다, 끈이 풀렸다, 급 선회 하였다. 사고가 나고 10일이 지났는데도 TV화면 가득 지금도 그런 뉴스, 사고의 원론적 뉴스만 가득합니다.

그렇게 14일이 지나가는 사이에 싸늘한 주검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200명을 넘어서 205명이나 됩니다. 그렇게 돌아온 아이들 중 단 한명도 살아서 돌아온 아이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생사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아이들이 실종자란 이름으로 97명입니다.

우리들은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아파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아니 죄인 된 심정으로 그 14일간을 함께 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거리는, 마음은 온통 노란색 리본으로 물 들였단 말입니다.

그러는 사이 세월호 사건 이후, 축제와 문화예술계 역시 범국민적인 애도행렬에 스스로 자발적 동참을 했습니다. 4,5월에 예정되었던 많은 축제는 취소되었고, 공연도 취소되었으며, 준비된 모든 행사를 취소하며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기만 기도하고 숨죽이며 살아온 나날들입니다.

그렇게 취소한 축제와 축제는 2009년의 신종플루 발생부터 2010년의 백령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 2011년에는 구제역 발생, 2012년의 AI 조류인플루엔자 확산방지조치를 위한 축제와 공연취소는 ‘신종인플루엔자 관련 지방자치단체 각종 축제 및 행사 운용지침’ 공문을 통해 ‘연인원 1000명 이상으로 2일 이상 계속되는 축제 및 행사’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취소하되 개최가 불가피한 행사에 대해서는 규모 축소 및 연기’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정부기관이 시달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이번 2014년 진도 여객선 침몰까지 거의 매년 한번씩 문제가 터져 나왔습니다. 천재이니, 인재이니 하면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떤 사고가 나면 임시방편으로 해당부처에서는 긴급간담회를 열어 안전관리 강화, 안전성 우선 검토, 안전교육 강화, 시설 점검 강화 등 부산을 떨며 이것저것 만들어내기에 급급했지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로베이스’에 바탕 둔 안전강화에 대한 근원적 처방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만 수학여행에서 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발표하는 것이 수학여행 전면 취소입니다. MT를 가서 사고 나면 MT를 취소하고, 소풍길에 사고 나면 각급학교에선 소풍을 취소합니다. 이것이 근본적인 대책입니까 되묻고 싶습니다. 그리곤 한편에선 축제를, 공연을 취소하는 수순을 밟아왔습니다. 지금껏 국가적 재난이 닥칠 때마다 관광과 공연과 축제와 행사는 늘 가장먼저 취소하고 자숙을 합니다.

축제와 공연이 취소되는 것으로 어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에 비하겠습니까. 허나 예정되어있던 축제 개최가, 예정된 공연을 통해 위로를 전해야하는 이들의 행위 자체가 죄인 듯, 어디 속 시원히 하소연도 못한 채 판을 잃어야하는 이들의 고충도 이 사회가 방치하는 또 다른 아픔일지 모릅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축제 하나가 없어져 국가적 재난이라 일컷는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와 실종자를 애도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나 그 축제와 공연을 진행해 가족들과 직원들의 밥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오겠습니까.

하지만 축제와 공연과 행사가 취소되어도 해당업체에서는 단 한번도 반발을 하거나 불만을 표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자중하면서 망자와 망자 주변인의 힘듬과 슬픔에 비할 수 없기에 숨죽이며 취소로 발생한 경제적 피해를 스스로 감내하였습니다.

그렇게 예정되었던 축제와 공연의 취소로 인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은 업체는 무수히 많으며 그 상태는 전례 없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행사 대행사, 문화예술기획사, 관광여행업계, 축제설비제공업체를 비롯하여 지역 요식업계와 숙박업계 등 문화관광 분야 모든 업종의 폐해가 심해 속이 타 들어가고 있습니다.

인재나 천재에 의해 축제 하나가 취소되면 1차적으로 기획사가 경제적 타격을 입습니다. 그리고 협력업체로 그 피해는 내려가겠지요. 축제도 만찬가지입니다. 그 어떤 사고가 나면 지자체에서는 사후 약방문으로 제일 먼저 계획되어 있는 모든 축제를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 또는 규모축소를 발표합니다. 그 어떤 것보다 제일 먼저 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지역 축제는 지역특화산업 관련 축제라 해도 세부 프로그램은 대부분 문화행사로 이뤄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축제는 문화생산기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문화공연 및 축제가 전면 중단돼 지역산업과 함께 문화예술, 관광산업 등이 위기에 봉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축제를 취소하거나 규모를 줄이면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축제의 지역경제 활성화 운운하며 준비한 지역특산물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축제 장터 판매용 농산물은 축제의 취소로 그대로 쌓여있습니다. 오죽하면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여파로 가을 축제를 취소했던 자치단체들 또한 축제가 취소되어 수많은 업체가 도산을 하고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에 반발하거나 불만을 내지 않았습니다.

2011년 구제역 파동 때 강원 태백시 김연식 시장은 구제역으로 태백산 눈축제를 취소하면서 영세 상인과 서민 생계도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달라고 건의를 하기도 했었으며, 상인들은 축제 개최를 포기하면 지역경제 파탄이 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지역의 절박한 현실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도 했었습니다.

축제취소로 인한 문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문화관광부에서 매년 선정하는 우수축제 지정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문화관광부는 매년 12월 그해 평가와 내년 계획안을 바탕으로 전국 50여 개의 우수축제를 선정해 최대 8억 원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부 권고로, 아니 국민정서를 생각하고 자숙하는 의미로 자발적 취소를 하게 되면 취소된 축제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내년도 우수축제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의 권고대로 축제를 취소하면 취소로 인해 해당축제가 평가받을 것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문화관광부는 이에 대해 선정방안을 재논의 한다고 밝히기는 했습니다만 취소한 축제를 전년도 평가 점수를 가지고 올해 개최된 다른 축제와 함께 평가한다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될 수 도 있습니다. 지자체에는 문화관광부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지정되면 전체 예산의 절반이 국비로 지원되는 것은 물론 해당 지자체의 자긍심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매우 민감합니다.

누군가를 탓한다거나 하는건 절대 아닙니다. 기획자들은 축제가 취소되더라도 기꺼이 자발적으로 감내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듯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에서도 실종자들의 조속한 무사귀환과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동참하며 숨죽이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적 정체상태는 국민적 감정을 고려할 때 적어도 한달이상 지속 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하루 빨리 슬픔을 딛고 일어서야 하며 사고대책이나 구조효율화 등 사회 시스템의 후진성 탈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이 후유증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여야 한다고 말을 하는 겁니다. 따라서 축제와 공연은 국민 정서생활은 물론 지역경제 및 문화예술산업 창작기반, 청소년 교육·체험과도 연관돼 있어 조속히 회복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전면, 중단된 활동에 대해 애도기간 및 장례를 거친 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도 있습니다.

자칫 축제산업과 공연산업의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기우로만 돌릴 수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식기반 산업인 축제와 문화 창작기반인 공연계의 붕괴 아닌 붕괴를 막아야 합니다. 그래야 멈춰 선 축제가 재개되고, 공연이 재개되며, 행사가 재개되어 축제가, 공연이 단순한 여흥이 아닌 국민공유가치가 있어 실의에 찬 국민들에게, 우울증에 빠진 국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축제이며 공연이길 바랍니다. 어쩌면 오늘의 이글이 집단이기주의라고 보여질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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