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가 필요한 때입니다.
대행사 직원의 진실
KBSN 국창민입니다. 이벤트넷에 올라와있는 글을 읽어보니 대행사와 기획사간의 싸움 같기도하고 덤핑이다 뭐다 D기획에 대한 여러 가지 글도 있는데 할말이 많지만 다들 사연 없는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이럴때일수록 서로간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도 좋을듯해 저희가 겪은 이야기를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일단 사업이 공고되면 일단 꽤 많은 수의 기획사 사장님들의 전화가 옵니다. 보통 사업이 공고되기 전 어느 정도 사업이 정리되면 우리에게 전화를 안하시겠죠. 전화의 내용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이번 사업의 본부장이 누구와 매우 친하다. 그 사람을 내가 정리했다. 혹은 이번 사업은 OOO시 시장의 비서실장 혹은 000체육회의 사무국장이 핵심인데 그 사람은 내가 정리가 가능한 사람이다. 혹은 심사위원으로 유력한 OOO교수를 내가 잘 알고 있다는 등... 뭐 대략 이렇습니다.
1박2일 사업을 한 것도 아니고 뭔 말인지 대충 감이 옵니다. 확인을 하고 싶어도 안된답니다. 자기를 못 믿냐고 합니다. 영업하는 사람이나 공무원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알려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할지 말지 빨리 결정을 해달라고 합니다. 다른 사장님들의 전화도 사람만 다른 사람이야기를 하지 대동소이한 답변을 해줍니다. 확인을 요청하면 마찬가지 대답이 나옵니다.
일단 오케이 합니다. 그럼 이제 기획서 작성전에 협상을 합니다. 영업하는 사람에게 수수료를 줘야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대행수수료는 최소한으로 해달라고 합니다. 생전 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이 영업을 한다고하는데 무조건 수수료는 깍아달랍니다. 무슨 야채가게에 콩나물 값 깍는것도 아니고 여기서 수수료를 단 1%라도 내릴 수 있으면 능력 있는 대행사 직원이고 그게 아니면 무능한 직원이 됩니다. 좋습니다.
이제 기획서를 씁니다. 중간중간에 기획사로 가겠다고 합니다. 기획서쓰는데 방해되니까 다 되면 회의하자고 합니다. 일단 안내키지만 알았다고 합니다. 계속 안부릅니다. 그래서 방해될까 기획서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합니다. 시안이 아직 안나와서 못 보내준답니다. 대신 기획서에 넣을 방송협찬을 2~3장으로 정리해서 달라고 합니다. 사업의 성격에 맞는 방송을 효율적으로 해주고 싶은데 그런건 중요한게 아닙니다. 무조건 많이 달랍니다. 10억원 상당의 협찬을 넣어야하니 일단 무조건 많이 달라고 합니다. 9시 뉴스의 보도를 요청합니다. 열린 음악회를 넣어 달라고합니다. 이 분들에게는 사업비는 관계없습니다. 일단 KBS에서 넣을 수 있는건 다 달라고 합니다. 담당자가 수주하고자하는 욕심으로 팀장이나 사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 일단 많은 것을 줍니다.
내일이 제출이니 기획안 좀 보자고 사정합니다. 아직도 시안이 안왔다고 합니다. 밤새 담당직원이 메일을 기다리거나 혹은 기다리다 지쳐 직접 찾아갑니다. 밤늦게 혹은 새벽녘에 기획서가 넘어옵니다.
아....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이 정도 기획서를 보여줄려고 못 보내준건지 정말 기가막힙니다. 다 뜯어고치고 싶어도 이젠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인쇄를 안걸면 제 시간에 제출을 못합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제출을 합니다.
다 좋습니다. 이제 내일이 피티입니다. 기획사 사장님의 말씀대로 누구누구가 핵심이고 다 섭외하고 접수했다고 했으니 심사위원이 누구냐고 물어봅니다. 아직 안나왔답니다. 기달리랍니다. 피티날 아침이 됐습니다. 심사위원 명단을 알려달라니까 이미 다 지시를 해놨기 때문에 심사위원 명단은 안 중요하답니다. 괜찮답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습니다. 한배를 탔기 때문에 2~3일 밤을 지새우며 피티연습을 한 우리 직원이 피티를 합니다.
심사위원이 다른건 안묻고 방송부분 협찬을 정말 해줄 수 있냐고만 묻습니다. 진땀이 나지만 엎질러진 물이니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담당자가 윗사람과 상의안하고 기획사 사장님의 요구를 묵살할 수 없어 들어 준거라 되도 문제입니다.
피티가 끝났습니다. 마음 졸이며 기다렸지만 떨어졌습니다. 너무너무 짜증이 나서 기획사 사장님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8개업체중 7등이라는데요” 30분후에 답장이 옵니다. “저도 당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가끔 싸우기도 합니다. 그럼 이럽니다. 시안비도 내가 내고, 인쇄비도 내가 내고, 영업비도 내가 썼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합니다. 더 이상 말도 하기 싫습니다.
회사에 보고를 합니다. 차마 7등이라고는 못하고 3등이라고 보고합니다. 맨날 떨어질껄 왜 들어가냐고 질책이 날아옵니다. 담당자가 무능력자가 되는 순간입니다. 누구에게도 하소연 할 때가 없어 코가 삐뚤어 질 때까지 술만 먹습니다.
이게 보통의 대행사 직원의 시나리오입니다. 우리 KBSN도 초창기에 아무것도 몰랐을때 때 아니 지금 조금 알고있어도 이런 식의 시나리오대로 갑니다. 떨어지면 보통 이정도로 끝나지만 붙으면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일들이 생깁니다.
다음은 이러다가 붙었을때의 시나리오를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국창민(KBSN 전략사업팀장)

악의 적인 댓글이나 공격성 댓글은 고지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