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클래식에 남성팬들 열광, 걸그룹 ‘샤인’의 매력인터뷰
클래식 하면 제일 먼저 ‘조용하고 고요한’ 수식어가 떠오른다. 조금은 어렵고 딱딱한. 아름다운 선율 위로 흘러 내리는 관객들의 숨소리는 클래식 음악의 익숙한 단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 ‘조금은 다른’ 클래식이 있다. 아름다운 선율은 같지만 경쾌하며 흥겹고 어깨까지 들썩거린다. 게다가 ‘섹시’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무슨 클래식이 섹시하냐고 묻는 당신에게 필자는 조용히 다음 카드를 내밀 참이다. 바로 국내 최초의 여성 전자현악밴드 ‘샤인’이라는 카드다.
걸그룹 ‘샤인’은 지난 2005년 결성된 국내 최초의 여성 전자현악밴드다. 레베카(키보드), 지니(첼로), 하미(바이올린)를 멤버로 구성되었으며 이들 모두 클래식을 전공한 실력파 뮤지션이다. 연주실력은 물론 다양한 무대경험과 테크닉까지 그녀들의 실력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상당하다.
샤인과의 만남은 여의도에 한 빌딩 안에서 이루어졌다. 이제 막 공연을 끝낸 샤인은 몹시 지쳐 보였지만 앳된 웃음으로 필자를 맞이했다. 방금 전 공연이 파워풀 해서 지치진 않았을 지 걱정된다는 필자의 말에 키보드를 든 레베카가 경쾌하게 대답한다.
“걱정 없어요. 관객들의 호응이 좋으면 우리도 힘이 솟는 편이거든요. 방금 전 호응…보셨죠?(웃음)”
실제로 그녀들의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조용히 있던 관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무대가 끝난 이후에도 흥이 가시지 않은 듯 그녀들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본 남성 관객들의 애틋한 눈빛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공연을 끝낸 그녀들의 숨결이 한층 진정된 후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먼저 각자 소개를 해달라.
“레베카는 키보드를 맡고 있고, 지니는 첼로를 맡고 있다. 나(하미)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 여성 전자현악밴드 ‘샤인’의 하미(좌로부터), 지니, 레베카
-어떻게 결성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제일 처음에는 우리 모두 정통 클래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클래식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것을 느끼게 됐다. 좀 더 새롭고 재미 있고 신나는 클래식을 하고 싶던 찰나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모이다 보니 이렇게 그룹까지 만들어 활동하게 됐다.”(레베카)
-그렇다면 샤인이 추구하는 음악세계는 무엇인가.
“대중적인 클래식이다. 솔직히 정통 클래식은 듣는 이들에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나. 클래식도 쉽고 재미있고 신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하미)
-국내 최초 여성 전자 현악 그룹이라고 알고 있다. 최초인 만큼 힘든 부분도 많았을 텐데..
“처음에는 정통 클래식에 익숙한 사람들이 일렉클래식을 ‘실력 안 되는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오해했던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때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의 음악을 듣고 정통클래식까지 좋아 졌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레베카)
-섹시한 의상 때문에 오해를 샀던 일도 많다고 들었다.
“맞다. 보다시피 우리의 클래식은 신나고 파워풀하기 때문에 쇼맨쉽도 갖춰져야 한다. 검은 정장을 입고 강하고 화려한 일렉 사운드를 연주할 수는 없다. 음악에 맞게 섹시한 무대 의상을 입다 보니 나쁜 쪽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솔직히 나는 이런 의상이 좋다. 예쁘고 섹시한 것을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나.”(지니)
-아까 공연을 보니 남성 관객들이 눈을 떼지 못하던데….
“(웃음)의상 덕분인가? 공연은 연주도 연주지만 어울리는 무대 매너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연주가 좋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무대매너는 관객에 대한 예의다.”(레베카)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가 상당하다.
“우리는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려고 최선을 다한다. 가만히 서서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 사이로 들어가 함께 교감하고 소통하면 관객뿐 아니라 우리도 희열을 느낀다. 그런 모습들이 관객들에게 강하게 와 닿는 것 같다.”(하미)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모 탓도 있는 것 같다. 세분 다 모두 아름답다.
“(웃음) 과찬이다.”
-팬들도 많을 것 같은데..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회사, 집, 핸드폰 번호까지 모두 알아낸 팬이 있었다. 하루에 수십 통씩 전화를 했는데 고마운 팬이니까 계속 받아줬다. 그런데 집까지 알아내서 만나주지 않으면 큰일 날 것이라는 협박까지 했다. 오랫동안 참다가 정도가 지나쳐서 매니저에게 말을 했다. 매니저가 잘 타일러서 보내긴 했는데…미안하지만 무서웠던 기억이다.”(레베카)
-좋아하는 팬층도 다양할 것 같다.
“맞다. 하미는 주로 30대~40대 직장인들이 좋아한다. 레베카는 20대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나(지니)는 10대~20대 팬이 많은 편이다.”
-다들 S라인인데..몸매 관리 비법이 따로 있는가.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되지만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하미와 나(레베카)는 헬스를 하고 있다. 지니는 몸매가 워낙 타고 나서 따로 관리를 안하더라. 질투난다.”(웃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다(웃음)…일렉 클래식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갑자기 진지해지니까…(웃음)…글쎄…일렉클래식은 강렬한 사운드 위로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의 조화란 감성과 열정을 동시에 자극한다. 지친 이들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하고 강렬한 사운드로 스트레스를 풀게 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일렉클래식의 매력이며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일렉클래식을 사랑하는 이유다.”(하미)
-모토로 삼고 있는 연예인이 있다면?
“모토라기 보다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 바로 2NE1이다. 어린 나이인데도 그녀들의 카리스마나 무대 매너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배워야 할 점이 정말 많다. 우리 세 멤버 모두가 좋아하는 열렬한 팬이다.”
-현재 준비중인 앨범이 있는가.
“2집을 준비 중에 있다. 1집에서는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일렉 클래식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클래식의 변신을 시도 했다. 앨범이 나오기 전까진 비밀이다.”(웃음)
-아티스트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많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제일 큰 계획은 정말 아주 많이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또 훌륭한 후배 양성의 꿈도 가지고 있다. 일렉클래식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우리 샤인의 목표다.”(레베카)
샤인의 재미 있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어느덧 빌딩 관리인이 문을 닫는다는 통보를 내린다. 묻고 싶은 이야기는 여전히 많지만 샤인을 더 이상 괴롭(?)힐 수는 없으니 가방을 챙기는 그녀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그래도 아쉬워서 사심이 듬뿍 담긴 그녀들의 ‘코디 스타일’을 물어본다. 무대 의상이 아닌 그녀들의 개성 있는 스타일에 다시 한번 반한 까닭이다.
“나(레베카)는 편한 것을 좋아해서 주로 트레이닝복을 입는다. 하미는 워낙 분위기 자체가 섹시해서 섹시한 의상을 추구하는 편이고, 지니는 미니스커트를 좋아한다.”
과연 공연의상을 갈아입은 그녀들의 모습은 레베카의 말대로 섹시하고 깜찍하다. 하미는 트레이닝복을 좋아한다는 레베카에게 ‘핫 트레이닝’이라고 익살맞게 덧붙인다. 그러고 보니 이런 그녀들의 톡톡 튀는 매력은 그녀들의 ‘음악’과 닮아있다. 때론 섹시하고 때론 편안하고 때론 귀여운 클래식을 그녀들은 언제나 혼신의 힘을 다해 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다.
“저희는 늘 즐거워요. 즐겁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고 모두를 즐겁게 하기 위해 연주를 하고 있어요. 한 명 한 명 즐거운 사람들이 많아지면 언젠가는 모든 세상이 즐거워질 거라는 기대도 하면서요. 좀…터무니 없나요?(웃음)”
그녀들의 당찬 포부에 정말 언젠가 즐겁기만 한 세상이 올지 모른다고, 이 세상 모든 이들이 모두 즐거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들의 음악은 귀가 아닌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섭외무느이 .(02) 706.3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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