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을 맞추고, 멀리 보며 가자.
100미터 달리기는 혼자 열심히 뛰면 1등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라톤은 여러 명이 호흡을 맞추며 꾸준히 뛰어야 결승점에 다다르고 우승할 확률이 높습니다. 호흡을 참는100미터 경주와 달리, 마라톤에서 혼자만 뛰면 나중에는 지쳐서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많습니다. 그래서 멀리 가기 위해서는 여러 명이 박자를 맞추어 뛰는 것이 좋습니다.
주말을 앞둔 지난 금요일 밤. 선배님들과 소주 한 잔 하면서 이벤트 업계에 대한 이런저런얘기들을 나눴습니다. 진단도 다양하고 따라서 처방도 다양하지만,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이이벤트의 산업화는 여전히 과제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어떻게 산업화할 수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씩 생각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지난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8개의 금메달 중 6개를 휩쓸었습니다. 한국이강한 이유는 “벤딩”과 “로그”라는 비밀기술에 있다고 합니다.
쇼트트랙 경기장의 길이는 111.12 m입니다. 이 중에 곡선은 58 m로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직선거리에서 아무리 잘 달려도 곡선에서 뒤떨어지면 이기지 못하고, 곡선구간에서 한국선수들이 유난히 강하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벤딩”인데, “벤딩”은 코너를 쉽게 돌 수
있도록 스케이트 날을 휘어 놓은 것입니다. 곡선에 맞게 날을 휘어 놓았으니 코너를 돌 때는몸이 얼음에 붙을 정도로 눕혀 잘 달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또 하나 ‘로그’라는 기술은 스케이트 날 바닥을 볼록하게 해 놓아 코너를 빠져 나와 다시 한 번힘을 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합니다. 쇼트트랙 경기장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우수한 코너링에 직선 코스에서 빠르게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설계한 기술의 승리가 한국이 세계 쇼트트랙을제패한 이유인 것입니다.
93년 대전엑스포의 퍼레이드 제안서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1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을워드로 치고, 일부는 손으로 직접 그린 것을 보며 놀라워했습니다. 비교해서 지금 나오는기획서를 보면 형식이나 내용에서 대단히 발전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무적인 것은, 계속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구요.
이를테면 기획서는 이벤트산업에 있어 “벤딩”이고 “로그”일 것입니다. 기획의 논리나 제작의스킬이 산업화를 가로막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애기하면 성급한 것일까요? 산업화의 측면만보면 이벤트보다 두어 걸음 앞서있는 컨벤션 분야와 비교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문제는 멀리 보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앞서가기 보다 밸런스를 맞추며 여럿이 함께페이스를 올리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벤트의 산업화에 기여해온 CEO들이 적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강단으로 진출한 교수님들도 여럿 있습니다. ‘우리는 안돼’라는 패배감을떨치고, 우리의 “벤딩”과 “로그”를 믿고, 개별 회사의 ‘사업’이 아닌 이벤트 ‘산업’의 발전을위해 다시 한 번 지혜를 모으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비단 저 하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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