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컬럼]역사는 미래와의 대화

2009.03.02 15:11 이벤트넷 조회 4,270 댓글 0

이벤트 종사자의 독자컬럼입니다.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게재함을 밝히며 컬럼을 게재하고자 하시는 분은 이 곳에 게재를 해주시거나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즉시 올려드립니다.
컬럼을 제공해주신 분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역사는 미래와의 대화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3․1절 연설을 들으며 소태를 씹는 기분이었습니다. 3․1절은 외세에 야만적인 침략에 항거하여 민족의 자주적 독립과 번영을 요구한 민족적 의거입니다. 따라서 3․1절 기념연설은,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민족이 똘똘 뭉쳐 경제위기를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밝히는 내용이 되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추억할 가치도 없는 낡은 사진 속의 반북 이데올로기를 다시 꺼낼 필요는 없었다고 봅니다.

E,H. Carr는 “역사는 과거를 매개로 한 현재와의 대화”라고 했습니다. 마르크 블로흐는 『역사를 위한 변명』에서 “하나의 학문이 가까운 장래에 우리의 삶 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어딘가 불충분한 것”이라고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저는 과거를 돌이키는 과정이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복원하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믿습니다.

보름 전에 모 감독을 1세대라고 표현한 글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이벤트넷은 “이벤트업계 출신으로서 1세대 감독”이라는 주장이고, 반론은 “상희철감독이나 황병국감독 역시 이분들에게 배웠던 시절이 있기에 위 분들을 1세대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事實)만 보면, 두 개의 주장이 모두 타당성이 같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벤트에서 감독(연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연출이란 “각본을 바탕으로 배우의 연기, 무대 장치, 의상, 분장, 조명, 음악 따위의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효과적으로 무대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방송 연출가는 그것을 영상 언어로, 연극 연출가는 그것을 무대 언어로 표현을 하겠지요. 그렇다면 이벤트에서 연출이란 어떤 언어로 표현되는 것일까요?

이벤트에서의 연출은 때론 무대로, 때론 영상으로, 때론 거리에서 다양한 언어로 표현됩니다. 따라서 이벤트연출은 연극연출이나 드라마연출처럼 쉽게 정의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오히려 이벤트 연출의 특징은 이벤트 개최의 목적에서 찾는 것이 더 현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벤트는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일반적으로 광고주라고 합니다)이 있고, 비용을 지불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현장에서 설득력 있게, 기억에 남도록 대상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벤트 연출가는 “광고주의 니드를 정확히 이해하고, 현장에서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조직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연극을 하셨던, 방송을 하셨던 훌륭한 감독님이 많이 계십니다. 그분들도 이벤트 산업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셨고, 그것을 부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벤트의 연출이 연극연출이나 방송연출과 다르다고 한다면, 이벤트 업계에서 성장하고 현장 총괄의 책임을 진 사람들의 등장 또한 매우 의미 있는 사건입니다. 그리고, 그 분들이 업계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대우받는가의 문제는 이벤트를 하고 있고, 하고 싶은 많은 후배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저 역시 이벤트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간혹 눈살 찌푸리는 광경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벤트 업계 출신의 1세대 감독님들이 후배들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 분들의 공적을 올바로 평가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벤트 업계, 스타를 만들자”에 제가 동의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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