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이벤트 업계에 입문한지 만20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제는 세상의 무게를 느낄 수 있고, 어느 정도는 관조적으로 업계를 바라 볼 수 있는 시각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구요^^
업계의 동료들을 위해 작은 것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지만, 삶의 어려움에 주저하게 되는 나의 모습을 봅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Event Essay Twenties’란 제목으로 스무 편의 에세이를 이벤트넷을 통해 싣기로 하였습니다. 나름대로 써 보았던 오십여 개의 주제들 중 스무 개를 택하여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흔쾌히 동의해 주신 엄상용 사장께 감사 드립니다.
짧은 경험이나마 이 스무 편의 에세이가 나눔의 매개체가 되고, 이벤트인으로서의 한 사람이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로 부담 없이 읽혀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부디 제 에세이가 선배들에게 누가되지 않고, 후배들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없길 바라며, 이 에세이를 익명으로 보여드리게 됨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Essay Ⅰ : ‘닥쳐!’^^;;
주변 사람들은 우리 이벤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 말하는 부분의 30%라도 현실화되면, 그 사람은 믿을 만해!
-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군!
- 뭘 물어보면 다 안다 그래, 젠장!
광고주는 우리 이벤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 뻥쟁이들이니까, 그래~ 그래하고 들어주고 나서 빡세게 조지면(?) 하루 이틀 만에도 결과물이 나오지…
- 일반 Biz로 생각하지 말고, 일단 눌러야 돼!
- 일을 할 때 예산 협상은 필요 없어! 일 끝나면 부족한 부분 많으니 꼼꼼하게 따지고 인상 좀 쓰면 팍~깎아도 “고맙습니다”하고 돈 받아가는 녀석들이지~
Event 人으로 눈물이 나는 이야기들입니다.
우리의 자기 반성과 피나는 노력이 없다면, 이 이야기들은 우리 후배들도 똑같이 듣게 될 것입니다.
‘실속 없는 헛똑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하고, 타인에게 자신의 잘난 점을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실상 자신의 실속은 지키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죠.
가만히 있어도 빛날 수 있는 그런 능력의 소유자도,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오는 구업(口業)으로 실속 없는 사람이 되곤 합니다.
혹, 우리가 우리의 ‘업’자체를 스스로 비하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비하된 우리를 과장하고자 우리 스스로를 실속 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요?
Event라는 단어로 대변되어 온 우리의 ‘업’을 요즘, BTL(Below The Line) Marketing이란 단어로 격상 시키고자 하는 일부의 노력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지만, 이미 저 평가된 ‘Event’를 일부 벗어버리고, 완전히 다른 단어로 포장하기 위한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어떤 꽃과 같은 형용어도 우리 그 자체를 올려줄 순 없습니다.
어떤 경우이건, 우리는 우리들의 능력을 발전시켜 나아가야만 합니다.
우리의 환경들이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어도, 구차하게 우리를 광고할 필요 없이, 우리의 능력이 자연스레 드러나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더불어,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나가는 부분도 병행 되어야겠죠. 우리는 우리의 자존심을 너무 쉽게 버리기도 합니다. 우리의 업이 ‘갑’과 ‘을’ 간에 이루어지는 대행 Biz라고 하더라도, Biz의 상식 이하로 이루어지는 관행은 우리 스스로 밀쳐내야 합니다. 우리가 상식 이하의 상황을 먼저 받아들이고 나서, 예견된 불이익을 당한 후,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은 우리의 무능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너무나 쉽게 부당한 요구사항을 묵묵히 받아들입니다.
지렁이는 꿈틀거리기라도 한다는데 말입니다.
부당한 요구사항에 냉철한 이성으로 정당한 방어를 하는데 익숙해져야 합니다.
‘다른 애들은 안 그러는데 유독 왜 너만 그러는 거야?’
‘업체가 너 밖에 없어?’
우리 모두가 이 같은 비상식적인 상황에 대항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권익도 지킬 수 있고, 빛 좋은 개살구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아래의 실천들이 필요합니다. 비상식과 비정상적인 요구에 상식과 정당함의 논리로 무장함과 동시에 “을”의 겸손함을 잃지 않고 대응함이 필요합니다. 갑의 상식적이고 정당한 요구는 나서지 말고 모든 것을 수용해 주며, 그렇지 않을 상황에는 말을 아끼면서 상식의 포인트를 짚어주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닥칩시다!
우리를 과시하려고 노력하지 맙시다.
우리 스스로를 비하시키는 일에 불과합니다. 입을 닥치고 있어도 그 사람의 장점은 빛납니다.
속이 터져도 가만히 계세요.
변명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은 드러나게 되어 있고, 나중에 드러나는 게 더 빛이 나는 법입니다.
행동합시다.
비상식과 부당한 관행에 과감히 행동합시다.
그래서, 우리 업의 평가를 상승시키고, 우리 Event 人의 자부심을 되찾고, 우리의 후배들에게 상식적이고 합당한 Event를 물려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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