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콘서트 '산에 오르다'
2008년 초 코스피 등록업체의 신년 음악회를 제작 할 때 일이다. 연말이 되면 송년음악회나 신년음악회가 많이 있다. 그런데 뭔가 좀 다르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긴 고민에 들어갔다. 이런 저런 자료도 찾아보고 문헌 자료도 읽어 보고...
그러다 우연히 신문 기사에서 본 기업의 신입사원 산행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기사에 따르면 입사 전 회사생활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는 '신입사원 산행' 프로그램은 이미 수많은 기업들이 적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내 친구 왈 ‘성공은 반드시 저 언덕 너머에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처럼 인생의 행복은 반드시 뭔가의 언덕배기라도 넘지 않으면 그냥 오는 법이 없다는 진리를 산행에서 배울 수 있었다 라는 것이다.
이런 소박한 깨달음을 음악회에 담아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것을 위해 여러 가지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준비해 갔다. 음악회를 통해 산에 오르기 위해 설악산을 택했고 음악회에서 좀 더 생생한 산행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음악회의 배경으로 쓸 사진들을 수집했다.
산 아래부터 정상까지 그 장관들을 차례로 보다보니 이런 절경이 없었고 또한 그 절경에 적절한 음악프로그램들이 다행스럽게도 떠올라 주었다. 주로 한국가곡이었지만 장르를 불문하고 팝송과 가요도 필요하다면 적용했다.
산의 장면 뿐만 아니라 산에 오를 때의 미세한 사람의 마음의 변화까지 음악회에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산의 4분의 3지점. 숨이 턱까지 차고 힘든 시간들과 그런 상황에 맞는 음악들도 딱딱 들어맞게 구성했다.
다른 음악회, 다른 공연들도 모두 의미가 있지만 내가 특별히 추구하는 음악회는 공연이 ‘관객들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클래식 마니아라고 자신을 칭하는 사람들 아닌 음악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일반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거울 같은 공연 말이다. 사람들이 공연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 자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들이 보일 때 공감을 얻는 것이라는 생각을 늘 제작 때마다 떠올리고 있다.
드디어 공연은 시작되었다. 산행을 시작하는 처음의 다짐과 발걸음의 가벼움을 음악과 해설로써 표현했고, 산을 오르면서 보게 되는 다양한 장면들을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오는 고통들을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잘 알려진 '한계령'이라는 가요를 해금으로 연주될 때 관객 중에 눈물을 닦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했다.
고통을 이겨낸 뒤의 정상을 오른 기쁨과 새로운 마음가짐은 비록 음악회의 공연장이었지만 모두 공감하고 감동으로 모두가 하나같이 정상에 선 느낌을 나누었으며 그들은 모두 기립박수로 자신과 가수들에게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클래식이 요즘 많이 외면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클래식은 많은 이들이 잘 접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무색, 무취 같은 존재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색깔과 향기로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클래식 공연 제작자들이 우리의 공연을 본다면 많은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프로듀싱 방식도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공연되어진다면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기존 클래식 시장과 서로 상생하는 좋은 결과들이 있을 것이다.

악의 적인 댓글이나 공격성 댓글은 고지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