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국가행사 !
오늘도 비가 많이 온다.
장마는 늘 기획자들에겐 쥐약이다.
비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다.
1998년 8월14일 저녁 9시 광화문 중앙무대는 내일행사 “대한민국 정부수립50주년 8.15 중앙경축식” 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모든 무대, 장치 장식물, 수천명이 참가하는 의자, 카메라중계, 이젠 청와대 경호실 검침도 끝나가고...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중앙관상대에서는 밤새 비가 오고, 낼 아침까지 온다고 한다.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아도, 당시 행자부 의전국장님은 묵묵부답.... 답답한 경호처장님이 한말씀 하신다.
“ 이거 무슨 대책 이라도 세워야 하는 게 아닌가? ” 그러나 국장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우리를 포함한 관계자들 모두가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지신 육사출신인 국장님 (예전 유신 사무관: 군장교 출신으로 사무관 특채로, 나중에 대한체육회 사무총장까지 하신분)의 눈치만 보고 있다.
드디어 밤11시 결정을 내려야한다.
비장한 각오를 하시고...
“유차장! 다른팀에게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 기념식 셋팅준비하라고 하지”“예! ”....
대한민국 사람으로 나라의 50년 생일 잔치를 총괄하는 담당으로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기획자인 나도 무척이나 아쉬웠는데...
“아마도 낼 아침에는 비가 안 올거야.... 준비만하고 셋팅은 하지마”...
“예!”
11시30분이 다되어 경호처장님, 국장님, 나, 3명이 우산을 쓰고 광화문 넓은 무대 위에 서있다..
이젠 나도 초조해진다. 낼 아침 10시에 행사를 하려면 셋팅하고 리허설하고 절대적으로 시간부족이다.
“이젠 결정을 내려주시지요...”
경호처장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나도..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굳은 결심을 하신 듯 총리님(당시 김종필)에게 전화하신다... 잠시후
“준비하지, 유차장....”
그분의 눈빛을 아직도 기억한다. 참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정말 멋진
군인의 모습을 본 것 같다.
정신없이 밤새 세종문화회관에서 준비를 하고 다음날 아침 행사 시작할 때쯤엔 비가 그쳤다....
아니 이게 뭐야.. 하느님이 원망스러웠다... 어쨌든.. 중앙경축식은 조촐하게 무사히 끝나고...
광화문에서 준비한 행사들은 그 다음에 방송으로 나가기로 결정하고 (각종축하공연들) ... 이날 저녁 주한외국인 대사 초청 축하 만찬도 경회루에서 실내로 옮겨졌다....
다음날 아침 뉴스를 보고 깜작 놀랐다. 저녁에 온 폭우로 경회루 지붕이 무너졌다는 뉴스였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하느님 보우하사 우리나라만세!!!...
만약 장소를 안 바꾸었다면... 대형 사고를 동반한 국가 행사..
경호처장님, 의전국장님,..기타관계자...문책은 물론 국가적 개망신?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다.
멋진 국장님..그리고 배려심 넓으신 경호처장님.... 함께 일한 것을 축복으로 압니다...
우리 광고쟁이들이 잘쓰는 말
좋은 광고는 좋은 광고주가 만든다.
날씨까지 도와주어야 성공하는 이벤트!
기획자 여러분! 철저하게 행사준비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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