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공연과 너구리
1996년 10월 11일 잠실 주경기장 주변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드디어 금세기 최고의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첫 국내공연이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이공연은 *히스토리 세계투어*의 일환으로 체코-프라하, 헝가리-부다페스트, 러시아-모스크바, 폴란드- 바르샤바 등을 거쳐서 아시아 서울의 공연이었다. 기획사는 금강기획(현대그룹광고 대행사)과 태원예능 이었다.
최고의 공연을 서울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행사 몇일전부터 매스컴들은 연일 최고의 뉴스거리였다. 하지만 악재는 엄한 곳에서 터졌다.
잭슨공연 일주일후 잠실 주경기장에서는 개신교 전체의 성령 대운동의 종교집회가 예정되어있었다. 일부 과격종교단체에서는 사탄의 음악을 주경기장에서 할 수 없다고, 기획사에 취소압력을 넣었고, 이미 계약금을 약200만불을 지급한 우리회사로서는 물러 설 수없는 지경에 서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강행을 할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 순복음교회를 중심으로 개신교, 일부 교단에서는 현대그룹불매운동으로 확산시킨다는, 협박성 메시지가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님께 전달되었다. 우리회사는 불똥이 튀었고, 결국 공식적으로 현대그룹은 빠지는 것으로 하고, 태원예능이 총대를 메고, 금강기획은 실무를 계속 관여 하는 것으로 다행히 공연은 서울에서 이루어 질수 있었다.
난 전날 저녁 한강고수부지에서 K은행카드 거리음악회를 마치고 아침 일찍
잠실에 들뜬 마음으로 나갔다. 어제 함께 행사를 한, S대리(지금은 잘 나가는기획사 사장)과 판매부스 앞에서 비표를 목에 걸고, 리허설을 보려고 R석과 A석을 지나고 있을 때, 이 행사를 총괄하는 K임원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그임원은 넘 반가워하며, “잘 만났다, 지금 난리가 아니다. 유차장, S대리 판매 부스 좀 관리해 줘,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력이 모자란다. 지금 각 부스당 현찰1억원이 넘는다. 사람을 배치했는데, 모자란다. 관리를 해라” 라고 말씀하시고 총총히 사라지셨다. 나는 R석 부스로, S대리는 A석 부스로 리허설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표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행사기획자는 본방보다, 리허설이 더 도움이 되는데...)
정신없이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부스 안에 2명, 밖에 1명, 난 줄을 세우며, 사람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저녁 6시30분경에 (공연은 8시30분 시작) 관리팀의 Y사원이 내게로 급히 왔다. “유차장님! R석 몇장과 VIP석이 회수되었어요. 빨리 좀 팔아주세요..” 대답도 하기 전에 쏜살같이 사라졌다.
아이구 내가 이제 끝나고 들어가야 하는데...ㅋㅋㅋ 에라 모르겠다.
빨리 정리하고 들어가야 하겠다. 라고 생각하고 소리를 질렀다. “ 여기 남은 R석 몇장 있어요. 필요하신 분은 빨리 오세요! ” 순식간에 내 앞으로 사람들이 모였고, 나는 돈을 받고 부스 안에 있는 사과박스로 돈을 던져 넣었다. (당시 대부분 예매를 했고, 현장판매는 나머지만을 팔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표를 사고자했다). 이때,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점퍼 입은 사람 둘이, “선생님 저 좀 잠깐 보시죠.” 말을 걸어왔다. 난 정신없어서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봅시다.” 퉁명스럽게 말을 던지고 남은 표를 팔았다. 그 남자들이 다시 말을 했다 “저희는 경찰입니다.” 난 대답했다. “그러니까 쫌 있다가 보자니까.. 지금 바쁘잖아요” 다시 그 남자들이 “송파경찰서 형사입니다. 급하니 지금 봅시다.”
순간 머리 속에 여러생각이 들었다. 혹시 도난? 절도? 아니면 이놈들이 치기배? 순간 난 말했다. “ 당신들이 경찰관이면 신분증을 봅시다.”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더니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경찰이 맞았다. 맘속으로는 절도범들은 아니구나 하는 편안함과 자세히 얼굴을 보니.. 인상이 더럽네... ㅋㅋ
“그럼 무슨 일 입니까?” “아예 잠깐 저쪽으로 가서 말씀하시죠.” 자리를 떠나 잠실야구장 쪽으로 돌아가는데... “ 형! 어디가?” 반가운 S대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송파경찰서 형사들인데 뭔가 할 말이 있데”
“그래? 나도 같이 가 나 끝났어.” “ 그래, 그럼 같이 가자.” 형사들을 따라 가니 25인승 콤비차에 타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차를 타고나니 형사들은 가버리고...차에는 여자들 몇 명과 남자들 몇 명이 타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앗! 철망버스(일명 닭장차...) 대학 다닐 때 넘 친숙한 차! ......
순간 머리가 띵하고 정신이 없고, 피로가 몰려왔다.
그때 옆에 계시는 분이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들도 너구리 하다 오셨수?”
헉~ 이게 무슨 소리... “ 예? 너구리요?” “그럴 사람들 같지는 않고 , 너구리를 했어도 첨보는 사람들이고” ....
아뿔사 나중에 안 얘기지만, 너구리는 암표장수의 은어인 것이다.
8시30분경 마이클 잭슨의 축하 폭죽을 멀리서 들으며 내가 탄 버스는 경찰서로 향했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도로 교통법 위반이란다. 바깥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판매부스밖으로 나오면,....
경찰서 유치장에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낼 아침 즉결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ㅋㅋㅋ 새벽 2시쯤 되서야 태원예능 회장님과 K이사님과 S국장님이 경찰서에 오시고 당직사령과 한판 하신다.
“ 아니 XX같은 일이 있나, 현대그룹차장, 대리가 뭐가 아쉬워, 암표 장사를 해.. 그리고 신분증 있고, 목에는 행사스텝 비표 걸고 있고...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냐???”
그래도 즉결 받으란다...
K이사가 신원 보증을 하고, 경찰서를 나와서 동부지원 근처 (낼 아침 재판장소) 여관방에서 S국장, 나, S대리는 맥주한잔을 하며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동부지원 즉결 재판장도착. 40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호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차례가 왔다. 판사 왈 “ 도로 교통법 제xx위반 의의 있습니까?”
난 지금까지의 일을 판사 앞에서 마치 광고주 피티하 듯이 말했다. 판사 왈 “신분증, 명함, 비표 있습니까?” 나는 “옙!” 하고 제출 했다. 잠시 후 판사 “무죄!” 법원을 나오면서, 분노와 허탈감이 밀려왔다... 이벤트쟁이로 마이클 잭슨 공연을 못 봤다는 거와 더 슬픈 현실은 경찰의 행태였다.
사실 그 당시는 경찰기동대가 질서에 동원이 되면 밥 값, 또는 음료 값 정도의 촌지를 주는 게 상례인데... 태원예능에서는 지급을 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약간의 앙심? ㅋㅋㅋ 아주 옛날이야기 이긴 하다. 지금의 경찰은 그러한 일이 없을 것이다. 지금도 이 이야기는 술자리에서의 잼 나는 안주거리다.
행사 기획자 여러분... 경찰까지도 신경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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