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체험]
지난 가을학기에 전공 커리큘럼에 있는 "이벤트현업실습"과목을 수강했습니다. 강의 시작 후 교수님과의 개인면담을 통해 여행사,이벤트업체 등의 선택사항 중에 한 가지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몇 주가 지나도 어느 업체로 나가게 될지 정해지지가 않아서, 과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조교선생님을 통해 어느 업체들이 실습 요청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실습 요청을 한 업체들 중에 한 군데를 골라 이력서를 제출했고 10월 20일부터 실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출근하기 몇 일전, 업체에서 전화가 와서출근하는 날 2박 3일 지낼 짐을 준비해오라고 했습니다. 어디로 출장 가는지는 몰랐습니다.첫 출근 당일, 저는 정장을 비롯한 여러 옷가지를 챙긴 트렁크와 함께 출근했습니다.
사무실에서 허드렛일을 조금 돕고나서 타 업체에 미팅을 갔다 와서야 제가 어디로 출장가는 지 알게 되었습니다.
경남이더군요.. 첫 출근에 경남 출장이라니.. 아직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경남의 행사장에 밤 늦게 도착해서 알바생들과 함께 이름표를 만들거나 기념품을 패킹하는 등의 일을 했습니다.행사 당일에 기자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USB 상자를 분실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행사는 성황리에 끝이 났습니다.
2박 3일의 일정이 끝난 후, 사무실에서는 다음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전국 4개 도시에서의 강연회 행사였는데, 저는 온라인 홍보, RSVP(4개 도시에 있는 대학교-학부-학과 사무실에 전화해서 행사에 대해 홍보하고 행사관련자료를 사무실 게시판에 게시해달라고 전화하는 것),온라인 사전 참가 신청자 리스트 관리(ONOFFMIX를 통한 사전 참가 신청을 받았습니다.신청률이 저조하긴 했지만요.) 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틈틈이 운영매뉴얼 작성을 돕거나, 기념품 발주 문의, ONOFFMIX 광고견적 문의 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거의 야근이었죠.
행사날짜가 가까워 졌을 때, 매일 야근 및 철야업무를 하시는 주임님께 여쭤봤습니다.
"그런데..야근 수당은 받으시는거죠?매일 야근하시면 힘드실텐데..어떡해요"
"야, 우리 야근수당 받으면 회사 망해~!!"
네..야근수당도 받지않고 일하시는 거였습니다. 대단하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멀지않은 제 미래도 이럴 것이라는 생각에 암담해졌습니다.
지역 행사들이 진행될때마다 하루 전, 빠르면 이틀 전부터 지역에 내려가서 홍보 전단 배포, 행사장 구성 등의 일을 했습니다.
그때 같이 일하던 아르바이트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이 행사 전에 진행되던 G-Star 때부터 투입된 아이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두 행사의 아르바이트 비를 모두 합치면 80만v원 정도를 받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물론 저는, 돈이 아닌 일을 배우기 위한 목적으로 임시적으로 일하게 된 것이었지만 왠지 씁쓸해졌습니다. 전 그 아이가 투입되기 전 부터 일했는데도 그 만큼은 받지 못했거든요.
광주,대전,대구 그리고 서울 행사까지 참가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별 탈 없이 끝마치고 저도 실습을 마쳤습니다.
실습기간이 끝난 후 실습일지를 작성하고 확인을 받아 교수님께 제출했습니다. 업체 분들과도 종종 연락하고 지내던 중에,
실습이 종료된 지 한달이 다 되어가도 실습비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벤트 업계가 대부분 그렇다고 조교선생님이 말씀하셨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행사가 끝나서 수금이 되기 전에는 정규직들도 월급 안받습니까?
행사가 끝나서 수금이 되기 전에는 다른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도 다 수금된 후 처리합니까?
한달 정도 지난 후에 입금이 되었다고 확인해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통장 잔고를 확인해보았습니다.
400,000원을 받을 거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세금을 떼고 388,000원이 입금돼 있더군요.
실습, 네..일 배우러 가는겁니다.
그런데 일보다는, 제가 그 정도 임금의 인력이었던가 하는 생각에 화가 났습니다.
한달에 보름 가까이 여기저기 출장을 다녔고, 출장을 가지 않을 때에는 사무실에서 야근을 했습니다. 일찍 가고싶었던 날도 직원 분들이 모두 철야,야근을 밥먹듯 하는 상황에서 일찍 가겠다는 말을 할 수 없었지요.
힘든 일을 하게 될 때마다 "이벤트업계가 다 그래.", "너 지금이라도 안늦었어. 빨리 이 업계에서 발 빼!"라는 말도 부지기수로 들었습니다.
제가 4년 여간 공부해왔고, 꿈꿔왔던..그래서 다니던 학교마저 포기하고 하려고 했던 그 일이 다 그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에 좌절감도 많이 들었습니다.
실습이 끝난 후, 취업 준비를 할 때마다 내 적성, 열정보다는 "안정성"에 중점을 두다 보니 어떤 일을 해야할 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행복할 지 생각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이벤트 업계가 다 그런 것이라면, 전 제 전공을 버리게 될 것 같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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