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넘치는 지방 박람회… 관리·평가가 없다-이각규 소장
이 글은 조선일보에 이각규 소장이 투고한 내용을 그대로 옮긴 내용입니다.
앞으로 40여일 뒤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된다. 그 밖에 자치단체별 지방박람회도 줄을 잇고 있다. 1997년 이후 고양세계꽃박람회
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등은 지역활성화를 위한 지방박람회의 붐을 일으킨 계기가 됐다. 이후 31개의 다양한 지방박람회가 열렸고, 2015년까지 19개의 지방박람회가 더 예정돼 있다. 이 중 6개의 지방박람회(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고양국제꽃박람회, 경남고성세계공룡엑스포,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금산세계인삼엑스포, 안면도세계꽃박람회)가 3년마다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 또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상황이다.
그러나 모든 박람회가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로 끝난 박람회도 속출했다. 박람회 자체의 기간은 한정되지만 여러 형태로 유산을 남긴다. 그럼에도 박람회 사업의 성과와 국가와 지역에 미친 영향에 관한 평가는 지금까지 과연 제대로 해왔을까? 박람회 개최 전에는 여러 경제효과가 추계되고 발표도 되지만, 끝난 후에는 그것을 살펴보는 사람은 없다. 종료 후 주최 측의 보고서는 통상적으로 실시내용과 입장객 수, 사업수지의 균형 정도다. 박람회가 내세웠던 주제와 목적 그리고 행정적 의도가 실제로 달성되었는지에 대한 중장기적 사후검증은 제대로 하지도 않는다. 현재까지 대전세계박람회를 비롯해 정기적으로 열리는 6개 지방박람회도 장기적 관점에서의 조사평가는 없었다. 한마디로 한국적인 '박람회학(expology)'의 이론적 체계나 모델도 없고, 연구 성과물인 박람회 전문자료도 미미한데도, 박람회라는 용어의 무분별한 남발만 심각한 실정이다. 게다가 엄청난 공공예산이 투입되는 세계 및 지방박람회를 전담하는 부처나 성과창출을 위한 관리평가시스템조차 없다. 기껏 기획재정부의 훈령인 '국제행사의 유치·개최 등에 관한 규정'과 관련 국제행사 관리지침에 따른 국제행사 개최 승인 심사제도가 유일하다.
현재 다양한 형태로 개최되는 세계 및 지방박람회의 성패에 따른 부담과 혜택은 고스란히 지역민의 몫이다. 다양한 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전담부처 설정과 박람회 정책 및 관리평가시스템, 자치단체의 차별화된 개최 구상과 사후 계획, 관련업계의 전략적인 기획과 풍부한 실무 노하우, 학계와 전문가들의 박람회학의 이론적 체계와 모델 구축 등 다양하고 심층적인 연구가 시급하다. 그래서 박람회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이각규(한국지역문화이벤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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