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류가 대세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에 가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강도(?)보다 훨씬 세다. 아이돌스타들이 일본을 거의 점령했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어린이에서 젊은 층, 그리고 어르신들까지 한국에 완전 푹 빠졌다고 보면 된다. 거기에 음식까지 완전 매료되어 있어 일본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한류의 중심, 동경의 신오쿠보역 주변을 가보니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하지 알 수 있다. 일단 거리에 글자만 일본어라고 보면 된다. 신오쿠보 거리에 있는 상점 대부분이 한국음식이나 한국관련 제품을 판다고 보면 된다. 그 옛날 긴자에서 넘쳐나는 인파가 신오쿠부로 온다고 보면 된다. 젊은 층에서 노년층까지 거리가 꽉 들어찬다. 그야말로 어깨가 부딪혀서 종종걸음으로 다녀야 하고 주말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필자가 1990년 처음으로 일본에 갔을 때 돈 없는 유학생들이 월세로 살고 있는 동네였고 수 년 전만 하더라도 그다지 시내번화가라고 하긴 어려운 동네였다. 동경 번화가 신쥬꾸에서 가깝지만 어딘지 외진 동네정도로 인식되던 거리, 한국음식촌이 모여 있고 한국인이 모여 사는 자그만 동네가 이제는 일본의 동경에서 내로라하는 번화가가 된 것이다.
덩달아 임대료는 급등했지만 그래도 잘나가는 음식점은 자리가 없어서 난리다. 한류백화점이라는 매장에서는 한국음악, 사진, 악세사리 등 유명 연예인 초상권을 이용한 제품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간다. 조그만 매장에서 연간 20억 엔의 매출이 일어난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가 짐작이 가능하다. 떡복이, 순대, 순두부, 삼겹살, 보쌈에 막걸리, 소주가 이 거리를 꽉 채우고 있다. 유명한 삼겹살집은 오전 9시 개장부터 줄을 서서 하루 종일 줄을 선채 기다린다고 할 정도이다. 평균 10분을 기다려야 음식점에 들어갈 수 가 있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된다.
길거리에 다니는 광고차량을 보니 그 위세가 대단하다. 유명가수로 도배한 커다란 광고탑차는 거리를 다니며 노래와 그의 음성을 틀고 다닌다. 그것만 보고도 열광하는 소녀팬들과 중년의 여성들이 눈에 띈다. 동경의 여성들이 신오쿠보에 다 온듯한 착각이 든다. 매장 앞에 진열된 음료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물에 타먹는 이 음료는 작년 일본 전체의 히트상품 17위에 올랐다고 한다. 음료도 음료지만 쌈장도 히트상품 반열에 올라섰다니 할 말이 없다. 하여간 TV를 켜면 한국드라마에서 한국 유명 연예인이 모델로 나오는 CF등 거리에서 방송까지 장악을 했다고 보면 된다.
혹 한류가 일시적인 현상이나 유행일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일본에서 문화사업을 하는 혹자는 “이건 단순한 소비형태가 아니라 일본의 유명한 미디어 그룹이나 관련 자본이 투여되어 일정 정도는 투자회수를 해야 하기에 최소 10년 이상은 지속돼야 투자수익이 날 것이기에 단기간의 소비형태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거나 명성이 덜한 연예인도 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얻는 경우도 있다. 커버댄스도 한류를 가늠할 수 있는 한 형태이다. 한국에서 아이돌로 성공을 못했지만 그래도 데뷔할 정도면 어느 정도의 끼와 실력은 갖췄다고 볼수 있기에 이들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공연이 끝나면 이들과 어울리며 선물도 주고 사진도 찍은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연예인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상품 머천다이징이 주를 이루고 있고 한국드라마나 기타 채널을 통해 유입되는 음식이 중심이 되고 있는 한류지만 이벤트산업에 있어서도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든다. 연예인보다는 인지도가 적지만 공연팀의 경우에는 어떨까? 일본이라는 나라가 워낙 다양한 사회인지라 공연팀의 경우에도 특징을 살리고 예술적 분야라는 인식만 불어넣는다면 좋은 소재가 될 수도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엔화의 가치가 높으므로 한국과의 비즈니스에 유리한 입장이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시장은 우리나라 시장에 비해 3배 이상의 크기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아이도그룹이 한국을 타겟으로 했다면 일본시장을 통해 그들의 사업대상을 서너배 이상 키웠고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둘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마찬가지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연, 연예비즈니스 시장이 일본을 대상으로 한다면 더욱 커지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제품이 일본에 진출을 대비하여 제품 프로모션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현재 일본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회사를 광고주로 두고 있다면 프로모션 캠페인이나 판촉물 등을 개발하여 공략하는 것도 이벤트회사에 있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일본에도 이벤트회사가 많이 있지만 기획에 있어서는 한국측에서 하고 이에 대한 현장검증이나 장소헌팅, 운영, 시공등을 일본의 이벤트회사와 협력을 꾀하는 방법이다. 현재 일본내에서 유명한 회사의 일본내 프로모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의 A사가 좋은 모델이다. 필자가 최근 일본의 회사가 한국의 이벤트회사를 활용하려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일본측 코디네이터를 하고 있는데 일본측 회사의 이벤트담당이 간절히 원하던 것이 바로 “내부조직원들에게 감동과 변혁의 계기를 줄 수 있는 충격적인 이벤트”라는 것이다.
양쪽 나라를 잘 알고 있는 일본전문가 B씨는 “한국은 변화가 너무 빠르고 일본은 변화가 너무 느려서 양쪽을 잘 혼합하면 좋은 형태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일본의 이벤트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입장을 견지하지만 변화를 요구하는 광고주도 의외로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한국적 이벤트회사의 방식이 일부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시장 공략! 어쩌면 현실적으로 어려울 듯하지만 그래도 이벤트회사나 관련산업에 있어 어쩌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진이나 경제불황으로 인한 불리한 점도 있지만 국내시장보다는 서너 배가 큰 시장이 이벤트회사에 있어서는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엄상용(관광학 박사, 이벤트넷 운영, 한림국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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