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실현 가능성 배점 확대해야-국창민 팀장

2012.10.15 14:10 이벤트넷 조회 7,363 댓글 0

입찰의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이벤트 사업에서는 보통 회사평가점수 20점, 입찰가격점수 20점, 기획서 평가점수 60점을 합산해 최고점을 획득한 회사가 수주하는 방법으로 사업자를 선정한다. 회사평가와 입찰가격 점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점이 높은 기획서 평가점수에서 당락이 가려지기 때문에 기획사들은 저마다 화려하고 경쟁적으로 자신의 강점을 제안하곤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수의 업체들이 수주를 위해 무리하게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입찰에서는 제출한 가격이 있기때문에 무리한 기획서를 작성하게되면 반드시 다른쪽은 부실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이 15분내외의 시간동안 심사위원들의 눈에 들기위해서는 어쩔 수없이 눈에띄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20억원의 행사를 30~40억원은 있어야 실현할 수 있는 제안서로 제출한 경우가 있다. 20억원 짜리의 제안서로는 도저히 심사위원의 관심을 끌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핑계를 대본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에 참여하는 심사위원은 기획서의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실현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

얼마전 필자는 모 지자체에서 10월에 개최하는 시민체육대회의 심사위원으로 다녀왔다. 제작비가 약 1억원인 사업인데 참가업체 중 한 업체가 김제동씨를 체육대회 사회자로 섭외하고 초대가수로 박현빈과 안치환씨를 초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 체육대회에서 그것도 축제가 한창인 10월의 토요일에 김제동, 박현빈, 안치환씨가 섭외가능할지가 의문이 들었고 무엇보다 1억원의 제작비중 위 3명의 섭외비로 나가는 비용이 궁금했다. 타이트하게 맞춰진 예산일텐데 정상적인 섭외비가 지출된다면 반드시 다른쪽은 부실해지기 마련이라 질문했다.

하지만 업체는 질문의 요지를 잘못 이해했는지 출연료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위 3명 연예인의 출연확약서를 받았기 때문에 반드시 출연할꺼란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거듭 질문하니 김제동씨는 고양시에 사회인 야구를 하기위해 자주 방문하고, 박현빈씨는 일산에 거주하기 때문에 섭외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행사에 출연하는 연예인은 행사가격이란게 책정되어 있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저렴하게 섭외할 수 있다면 대단한 능력자이거나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 혹 섭외해서 진행한다면 제안했던 내용중 다른 어떤곳은 반드시 제안과 틀리게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그도 아니라면 기획사가 수익을 남기지 않고 진행하는 것일텐데 이건 절대 아닐꺼라 생각한다.

위의 답변을 들은 다른 심사위원이 주최측 관계자에게 만약 위와같은 약속을 지키지 못할시에는 위 업체가 우선협상자가 되더라도 계약을 취소하고 2위 업체와 계약을 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봤을때 이 역시 쉽지 않다.

필자는 작년에 충주무술축제 행사대행 사업에 참여했었다. 최종순위 2위로 수주에 실패했는데 공교롭게도 1위 업체가 MBC 인기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축제기간에 섭외하겠다는 전략을 썼고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무한도전 섭외가 매우 의미있게 판단되어 수주를 했다.

향후 심사에 참가한 심사위원의 의견을 들어보니 무한도전 섭외에 반신반의해 실현가능성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했지만 무한도전을 방송하는 방송사와 관계가 깊은 회사이고 무엇보다 발표자가 무한도전을 섭외하지 못한다면 우선협상을 취소해도 좋다는 약속을 했기에 믿고 1위를 줬다고 했다. 모든 심사위원이 무한도전 섭외의 이유때문에 1위로 선정하지는 않았겠지만 무한도전 유치 실패시 계약취소 이야기까지 나왔다면 무한도전 유치가 사업자 선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건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섭외되지 않았고 대신 ‘KBS 출발드림팀’으로 대체되었다. 물론 계약은 취소되지 않았고 그 업체는 올해 다시한번 같은 사업에 입찰했지만 작년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사업수주에는 실패했다.

심사위원이 발표중에 할 수 있냐고 묻는데 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순간은 다른 어떤 것보다 수주가 최고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런 제안으로 피해를 보는건 다름아닌 우리 자신이라는걸 알아야 한다. 1~2년하고 사업을 안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런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제안 때문에 우리 업계는 업자로 전락하게되고 신뢰를 잃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미 우리는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나버린것 같다. 한술더해 실현 불가능한 제안을 덤핑에 가까운 가격으로 제안해 수주하는 사례가 너무 많아졌다.

방법은 실현 가능성의 배점을 확대해 발표현장에서 철저히 검증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야 방송 프로그램을 유치할 수 없고, 연예인 섭외에도 강점은 없지만 정말 필요한 행사의 목적에 맞는 기획력과 상황 상황에 맞는 연출력 누구보다 참신한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갖고 있는 회사와 사람들이 환멸을 느껴 업계를 떠나지 않는다. 방송 프로그램 유치와 연예인 섭외는 방송국과 연예기획사에 돈을 주면 가능하지만 기획력과 연출력, 크리에이티브 능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능력이고 우리가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하고 매우 중요한 능력인데 우리 스스로 포기하는 경향이 많다.

제안사의 능력이 좋아서 다른 업체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건 분명한 장점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심사위원들의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한다. 또한 사업자 선정 후에도 제안내용이 일방적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다음년도 입찰자격을 박탈하는 등 페널티를 줘야한다. 제안한 내용을 책임지고 실행하는 것 그에앞서 불가능한 내용을 제안하지 않는것이 떨어진 우리 업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선의의 경쟁을 위한 공정입찰의 시작이며 업계 발전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실현가능성에 대한 배점비율은 확대되야 한다.

KBSN 전략사업부 국창민 팀장

악의 적인 댓글이나 공격성 댓글은 고지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0개의 댓글

댓글 등록

최상단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