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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韓流)’
요즘 각종 매스컴에 보면 ‘한류(韓流)’라는 단어의 일색이다. 한류문화, 한류관광, 한류콘텐츠, 한류게임, 한류패션, 한류올림픽, 한류음식, 한류의료, 한류디자인, 한류화장품, 한류우드, 한류스타, 한류선교사 심지어 한류대학원, 한류경영, 한류경제, 한류로드 등 온통 ‘한류’로 도배가 되어 있다.
한류(韓流)란 말은 “한국문화의 흐름 내지 바람”을 뜻하는 것으로 중국 90년대 말 중국 언론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하다가 ‘한류’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 2월, 지금은 해체된 댄스 그룹 H.O.T.의 중국 베이징 공연 때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의 매스컴에 도배 되어지며 사용되었다. 당시 H.O.T.의 공연이 성황리에 끝난 직후 중국의 한 신문은 “한류가 중국을 강타했다”는 헤드라인으로 해당 공연을 표현하였다.
그 후 한류는 중국 언론에서 "한국음악"과 "한국 문화"를 대신하는 말로 통용되었으며, 2000년 7월 NRG와 안재욱 공연을 계기로 중국의 매스컴을 온통 도배하기도 했다. 한류는 이어 TV 드라마와 영화·가요 등 한국 대중문화 전반으로 번져나갔다. 중국의 소녀 팬들은 안재욱이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 "星夢奇緣(星星在我心/별은 내 가슴에)", "妙手情天(向日葵/해바라기)", "泡沫愛情(再見,我的愛人/안녕, 내 사랑)"에 열광했고, 그의 중국 판 음반 [FOREVER]는 발매 당시 음반가게에서 구하기 힘들 정도로, 안재욱을 향한 중국 팬들의 애정도를 증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한류의 첫 기원은 이들이 아니다.
97년 CCTV(China Central Television / 중국중앙TV)가 방영한 "愛情是什么(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대륙을 강타한 기록적인 시청률에 이어, 1998년 1월, 동남아 화교권을 비롯하여 아시아 전역에 드넓게 방영되는 STAR TV 위성방송의 음악전문방송인 채널브이의 한국노래 순위 프로그램(당시 프로그램 명 : Korean TOP 10)신설 및 한국 관련 전문 프로그램 확대, 그리고 같은 STAR 계열인 봉황위성TV가 내보내는 한국의 인기 드라마까지 아시아의 유명매체들이 시청률과 신선함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한 "한국 오락"은 자연스럽게 한국 예술문화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에 이어 발 빠르게 등장한 것이 바로 중국어권 가수들의 한국어 번안곡이었다. 80년대 알란 탐(譚詠麟)이 조용필의 '친구여',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 같은 대단한 히트곡을 번안해서 부른 '愛在深秋(애재심추)', '心手相蓮(심수상련)'과는 달리, 90년대 말의 한국어 번안곡은 그 수용의 폭이나 전개속도가 급속도로 팽창되었다.
특히 댄스음악이라고는 조금 빠른 비트의 단조로운 멜로디 라인이 전부였던 중국 음악계에서는 동아시아 댄스음악의 패권을 쥐고 있는 한국음악이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었다.
그렇게‘사랑이 뭐길래’, ‘별은 내 가슴에’ 같은 TV 연속극을 보면서 열광하는 중국인 동호모임은 ‘한미(韓迷·한국 매니아)’, 한국가요에 푹 빠진 중국 젊은이들에게는 ‘합한족(哈韓族·한국을 노래하는 사람들)’이란 별칭까지 생겨나며 한류를 더욱 확산 시켰다.
그러나 대다수의 한국 국민들에게 한류에 대해 물었을 때의 대답은 중국에서의 한류가 아니라 일본에서의 한류이다. 한류 스타에 대한 엄청난 인기나 한류 드라마에 대한 높은 시청률이 일본에서의 한류를 우리나라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시키는 데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일본과의 문화 교류에서 항상 열세에 놓여있던 우리나라가 한류의 덕택으로 일본과의 문화 교류에서 우위를 점하는 쾌거를 이루었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류하면 일본을 떠올리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시작된 한류 열풍은 중국대륙을 거쳐 대만과 홍콩, 베트남을 거쳐 일본까지 뜨겁게 달구었고 지금은 미주와 유럽권의 나라, 그리고 남미대륙까지 식을 줄을 모르고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야할 것이 있다.
한류(韓流)라는 단어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우리나라에 역수입된 용어인 것이다.
한류(韓流)란 “한국문화의 흐름 내지 바람”을 뜻하는 것으로"한국의 음악, 드라마, 패션 등의 대중유행문화가 중국에 매섭게 파고들고 있다"는 뜻이며, "한류(寒流)"와 동음이기도하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드라마나 영화 등 문화콘텐츠가 외국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포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그것을 우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수용하여 자의적 또는 자화자찬격으로 받아들여 사용을 하고 있는 것 이다. 한류(韓流)라는 단어의 조합을 들여다보자 한(韓)은 ‘한국이라는 지역성’을 의미하며, 류(流)는 ‘흐름내지는 바람이라는 현재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시작된 새로운 문화의 흐름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며 더욱이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한국에서 시작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받아들여져 지속성 보다는 일시적인 문화현상”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류를 대중문화의 흐름으로 이해하지 아니하고 ‘한국주도’ 또는 ‘한국문화주도’의 전파로 이해 한다는 것이다.
분명 한류(韓流)와 한류(韓類)는 다른 단어이고 다른 현상임에도 말이다.
주지하듯 한류(韓流)는 뜻밖의 성과이며, 새로운 신조어로 우리나라에 역수입된 용어인 것이다. 역사상 우리는 중국과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는데 우리가 만든 문화가 남의 나라에 영향을 주었으며, 그것을 표현하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져 역수입 될 정도로 한류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 한류는 외부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되어 외부의 수용자들이 먼저 수용한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 한류는 현재에도 쉬지 않고 더 큰 물결을 이루며 더욱 크게, 더욱 멀리 흘러가고 있다.
일각에서 이 한류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고 확산시키는 일이 당면한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게 되었다. 문화관광부에서는 2003년에 대중가요의 국제교류를 위해 설립한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을 한류 전담 재단으로 기능을 확대시켰고, 2005년 4월에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한류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관한 공청회’까지 열리게 되었다. 공청회의 결과는 어떠하든, 그 후 현재까지 한류는 분명 확산되어지고 있음은 자명하다. 즉, 한류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해야 하는가는 분명 쉬운 과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기에 대중문화분야에서 시작되어진 한류라는 말을 대중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문화에서 조차 한류라는 단어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모습은 분명 아닐 것이다.
한류에 대한 해석의 다양함과 복잡함은 다음의 두 가지 요인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한류란 우리에 의해 ‘기획된 흐름’이 아니라 수용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에 의해 일어난 국제적인 대중문화 반응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한류가 왜 일어났는가, 그리고 그들이 한류 속에서 어떤 점을 좋아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류의 성격은 수용자의 측면에서 살피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로 한류라는 것을 거창하게 말하자면 한국이 늘 ‘문화 수신국’ 내지 ‘문화 수입국’ 이었는데 ‘문화 발신국’ 내지 ‘문화 수출국’으로 그 위치가 바뀐 현상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역사상 문화의 중심부에서 남에게 영향을 끼쳐본 역사적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한류를 받아들이고 있는 문명수입국에게 문명수출국의 입장에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가에 대해 매우 서툴고 미숙할 수밖에 없어 나오는 고민이다.
따라서 한류라는 하나의 문화현상을 문화산업의 수출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이는 큰 착오일 것이다. 물론 한류는 드라마, 게임, 음반 시장의 수출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한류가 지닌 문화사적 의의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에 대하여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명석한 분석과 현명한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문화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문화를 주도하는 입장으로 그 위상이 바뀌었다면 그에 따라 선행되어야 할 것이 분명히 따로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무엇이고 그에 따른 어떤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지를 면밀히 세워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한류 역시 하나의 문화 전파인데 문화생산자인 우리가 의도적으로 기획한 것이 아니라 문화수용자의 적극적 수용에서 일어난 현상인 것과 같다.
그리고 한류의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일방적인 전파가 아니라 국가간의 교류라는 차원에서 진행될 때 오래 지속할 수 있고,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류를 마치 문화전쟁의 성취, 또는 문화제국주의적 성공으로 생각하며 일방주의를 보이는 순간 수용국으로 부터 강한 저항과 거부 사태를 유발시킬 것이다. 지금 일부에서 한류에 대한 경계와 의도적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런 점에 대한 그들 나름대로의 자기 방어 본능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한류에 대한 논의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것을 경제적 측면을 너무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한류 관계 자료들이 대부분 문화산업의 각국 수출 실태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때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우리가 한류를 ‘단군 이래 처음 맞는 호기회’라며 이것을 수출을 통한 국가의 경제적 이익만을 앞세워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식이 되면 그런 한류는 더 이상 흐르지 않을 것이다.
또하나 집고 넘어갈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한류의 부정적 반응의 대응 방향과 그 의미 고찰이다. 아시아권에서, 특히 일본에서 바라보는 한류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이 유행이 한시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한류란 동양 문화를 기반으로 해서 서양 문화를 융합한 것이므로 아시아권 입장에서 볼 때, 현재의 한류는 서구 문화를 대체하는 효과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권의 나라가 서양 문화를 직수입하게 되면 한류는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므로, 한류는 대체 문화 이상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일각에서는 한류를 한번 건너면 다시 건널 필요가 없는 일회용 징검다리로 비유해서 풀기도 한다. 그러기에 시작된 한류를 계속 이어 가기 위해서는 한국인 특유의 신명풀이와 정서가 녹여져 한국의 DNA가 흐르는 새로운 공연물이 나와야 한다.
이와 같은 진단은 이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한류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 시사점에 관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류 현상이 생긴 것은 한국 문화가 가진 국제경쟁력 때문이기보다는 중국 내에 대체 문화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류가 전체 대중(對中) 교역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다만 이미지 개선 등과 같은 간접적인 효과만이 있을 것이라는 거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이처럼 한류를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지 않고 지속성을 위해서는 숱한 난제가 산재해있다.
그러면 한류가 일시적인 문화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나갈 수 있는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화두가 도출된다.
첫째, 새로운 콘텐츠의 발굴 및 연구개발
다양한 한류의 장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재의 발굴과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백원담(성공회대 교수)는 ‘근시안적인 태도로 현재의 결과에 흥분하고 만족하며 눈앞의 이익만을 쫓기 보다는 아시아 각 나라의 문화시장구조, 문화정책에 대한 연구가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한류현상 다시보기에서 역설했다.
즉 지금은 한류가 시류를 타면서 가고 있지만, 한류라고 하는 것을 정말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자고 한다면 각 나라의 문화정책, 문화산업 시장구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육성 프로그램 없이 한류 콘텐츠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이것은 장기적인 계획 없이 외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고 돌아오는 무수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둘째, 상호 맥락성의 중시
우리의 문화가 국가의 경계를 넘어 다른 문화와 만날 때 우리는 ‘상호맥락성’을 이해해야 하고, 이러한 차이들과 ‘협상’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셋째, 장르의 다양화
오래전(2002년)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주최의‘동북아 문화·관광 교류와 문화산업 협력’ 심포지엄에서 ‘한류’를 주제로 발표한 량쉬밍(梁旭明) 홍콩 링난대 교수는 "한류 지속하려면 다양성 살려야" 라며 한류의 생명을 길게 가져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다양성의 추구”를 말했다.
넷째,트렌드와 전통의 조화
장르의 다양화와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 바로 트렌드와 전통의 조화이다. 문화 생산에 있어서 전통성을 강조하느냐 트렌드성을 강조하느냐는 실로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실제적인 시장 지분의 측면에서 유행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전통성이라는 것도 문화 이미지 제고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섯째, 융합의 필요성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결과가 아닌, 지속적인 문화융합은 해당국가의 문화를 이해하며 우리의 것과 그들의 것을 융합하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양국의 문화 차이를 줄이고 정서적으로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그것이 한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밑바탕이 마련되는 것이다.
여섯째, 역류의 허용
국내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한류 영향권 내 국가들의 한국 문화에의 진출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한류’에 반하는 흐름이라 하여 ‘역(逆)한류’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는 나라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는 공통의 문화적 모티프를 찾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혐한에 대한 대처를 위해서는 문화적 우월주의를 내려놓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더불어 함께 발전해나가는 포용적인 자세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굳이 역사서를 들추어 보지 않아도, 모든 문화 현상은 하나의‘유행’임을 알고 있다. 따라서 한류 역시 ‘유행’의 하나에 지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고 크게 흥분할 것도, 자만할 것도 못된다. 또한 그 유행이 지나가기 전에 크게 한 탕 해보겠다는 한탕주의식의 사고도 버려야 한다.
다만 한류가 아시아권에서 문화교류의 시작점이 되었다는 점만은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의 서구라는 일원적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중심으로 옮겨가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한류는 더 이상 화두가 아니라 실천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모처럼 처음 맞은 이 호기회가 일시적 풍조로 끝나게 한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강조를 하고자 한다.
한류(韓流)란 말은 “한국문화의 흐름 내지 바람”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 속에서 생활하는 다른 민족의 수용자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로 우리에게 역수입된 단어임을 기억하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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