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입찰가격 얼마를 쓸까; 알고 보면 보인다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목적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파트너로 주요 낙찰자를 선정하여 필요한 물품이나 용역을 확보하는 형태를 취하는데 그 중 하나의 방법이 ‘협상에 의한 계약’ 제도이다. 이는 계약이행과정에서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물품/용역에 대하여 다수의 입찰자로부터 제안서와 가격입찰서를 제출 받아 평가한 후,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협상절차를 거쳐 국가에 가장 유리하다고 인정되는 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3조). 이 ‘협상에 의한 계약’ 방법은 집약도가 높은 지식을 활용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 즉 지식기반사업 등에 우선적으로 적용되는데, 그 세부시행은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제114호>에서 정한 바에 따라 처리하여야 한다. 이 예규 제7조의 규정에 따라 협상적격자 및 협상순위의 결정은 제안서를 평가하여, 기술능력평가 점수가 배점한도의 85% 이상인 자를 협상적격자로 선정한 후에, 입찰가격평가를 하고, 그 가격평가 점수를 합산(기술평가점수 + 가격평가점수)하여 최종 이루어진다.
평가대상의 하나인 기술능력은 수행실적, 재무구조/경영상태 등 객관적지표 항목에 의한 정량적 평가와 기술/지식능력, 인력/조직/관리기술, 사업수행계획, 지원기술/사후관리, 상호협력 등의 주관적지표 항목을 평가위원회가 심의하는 정성적 평가로 이루어진다.
또 하나의 평가대상인 입찰가격은 계약예규에서 정한 다음의 산식에 의거 평점화한다.
(가) 입찰가격을 추정가격의 100분의 80 이상으로 입찰한 자에 대한 평가:
평점=입찰가격평가배점한도 X
(나) 입찰가격을 추정가격의 100분의 80 미만인 입찰한 자에 대한 평가:
여기에서 최저입찰가격은 유효한 입찰자중 최저의 입찰가격이며, 당해입찰가격은 당해 평가대상자 즉 나의 입찰가격이고, 예정가격을 작성한 경우에는 추정가격을 예정가격으로 적용한다. 배점은 일반적으로 8:2 즉 기술능력평가 80점과 입찰가격 평가 20점으로 한도를 정하고 있다. 이 비율은 사업의 특성을 고려 발주처에 따라 7:3 또는 9:1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필자는 기술능력평가와 입찰가격평가의 상대적 연관성을 수식으로 도출해보고,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정리 제시함으로써 본 기고가 향후 후배들이 입찰하는데 일조가 되었으면 한다. 추정가격과 나의 입찰가격이 고정되더라도 상대업체가 얼마 최저가로 입찰했느냐에 따라 각각 점수가 달라진다. 역으로 상대와 나의 기술능력평가 점수차를 객관적 지표와 분석 등을 통하여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면 나는 얼마의 가격으로 입찰할 때 승리할 수 있겠는가를 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에 대해 알아보자.
상기 평점산식을 적용하여 상대 최저입찰가에 따른 나의 입찰가격 별 점수는 어떻게 되는지 다음의 표로 정리해 보았다. 계산과 이해를 편하게 하고자 추정(예정)가격을 10억, 입찰가격 평가의 배점한도 20점으로 가정하였다.
최저가입찰 상대 대비 나의 입찰가격 점수
표에서 보듯이 입찰자가 추정가격의 80% 이상으로 입찰할 경우 최대의 가격차이는 2억이고 점수차이는 4점이다. 입찰자가 모두 80% 미만으로 입찰할 경우 상대와 나의 최대 점수폭은 2점이고 가격차이는 2억이다. 상대가 80% 미만으로 입찰하고 나는 80% 이상으로 입찰할 경우 최대의 점수폭은 5점이고 가격차이는 4억이다. 예로써 상대가 7억으로 최저가이고 나는 9억으로 입찰했다면 가격차이는 2억이지만 그 점수차는 1.94점 이다. 상식적으로 3~4점은 더 얻기위해서 최저가 6억으로 40%를 다운하여 입찰하는 멍청이는 없을 것이다. 추정가격이 가정한 10억보다 적은 경우라도 차액은 줄겠지만 그 비율은 동일하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기술능력평가에서 어느 정도 뒤진다고 판단되는데 가격평가로 만회해보려는 생각은 오산이다. 입찰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제안서 작성에 투입되는 돈, 시간, 정열, 직원들 사기 등 많은 부분에서 경영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
전술했듯이 기술능력 평가에서 열세라고 판단되면 입찰에 응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기술능력평가에서 지는 경우는 고려하지 않고 아군이 우세한 경우만 가정하여 서술을 전개해 보겠다. 이기고 있는 상태에서 나의 입찰가격은 얼마로 할 때 가장 최다의 금액으로 효율적인 승리자가 될 것인가를 산출해 보도록 하자.
Case I: 입찰자 모두 입찰가격을 추정(예정)가격의 80% 이상으로 입찰하였을 경우는 전술한 평점산식 (가)를 적용하여 내가 입찰할 수 있는 가격을 다음의 공식으로 도출해 보았다.
F1:
예1) 내가 상대보다 기술능력평가 점수에서 2.5점 앞서고 있고, 상대의 최저입찰가는 8억(80%)으로 가정할 경우 상기 F1공식에 대입하면 나의 당해입찰가격이 9억1천4백만 원을 넘지 않으면 나는 승리한다.
예2) 내가 상대보다 기술능력평가 점수에서 3점 앞서고 있고, 상대의 최저입찰가는 8억5천(85%)으로 가정할 경우 추정(예정)가격의 100%인 10억으로 입찰하여도 나는 승리한다.
Case II: 입찰자 모두 추정(예정)가격의 80% 미만으로 입찰하였을 경우는 전술한 평점산식 (나)를 적용하여 나의 당해입찰가격을 다음 공식으로 도출해 보았다.
F2:
예3) 내가 상대보다 기술능력평가 점수에서 1.2점 앞서고 있고, 상대의 최저입찰가는 6억5천(65%)으로 가정할 경우 상기 F2 공식에 대입하면 나의 당해 입찰가격이 7억7천만 원을 넘지 않으면 나는 승리한다
Case III: 상대는 추정(예정)가격의 80% 미만으로, 나는 80% 이상으로 입찰하였을 경우에는 전술한 평점산식 (가)와 (나)를 이용하여 나의 당해입찰가격을 다음 공식으로 도출해 보았다.
F3:
예4) 내가 상대보다 기술능력평가 점수에서 3점 앞서고 있고, 최저입찰가는 7억(70%)으로 가정할 경우 상기 F3 공식에 대입하여 나의 당해 입찰가격이 9억3백만 원을 넘지 않으면 나는 승리한다
위에서 보듯이 계약예규의 평점산식은 구조적으로 추정(예정)가격의 80%대에 최고점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80% 미만으로 가격입찰을 하는 것은 점수와 가격 측면에서 모두 이로울 게 없다. 극단적으로 내가 기술평가에서 5점을 이기고 있다면 나는 추정가격의 100%로 입찰하여도 어느 경우에도 승리하는 결과가 나온다. 결론적으로 “기술능력평가에서 상대적 비교우위를 점하는 것이 승리하는 지름길이며, 입찰가격을 높게 산정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그런데 이 협상에 의한 계약에는 발주처의 의도에 따라서, 또 기준과 배점에 있어 함정과 일부 문제가 있음을 제기하고자 한다. 기술능력평가에 의해 협상적격자를 선정하는데 입찰자의 수행실적, 경영상태 등을 평가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준과 배점이 대기업계열사 및 대형기획사에 유리하고 중소입찰자에게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 연출용역’의 기술능력평가에는 경영상태(5), 수행실적(5), 지역업체참여(5), 구성원의 수행능력(2) 등의 객관적 지표 평가항목의 배점이 17점이다. 3년 이내의 유관실적이 100억원 이상일 때, 연 매출이 200억원 이상일 때, 인천 지역업체 참여지분이 30% 이상일 때 최고점을 받을 수 있다. 중소기획사는 아무리 제안서 잘 쓰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영원히 수주할 수가 없다. 연 매출 200억이 장애자대회 개폐회식 연출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알고 싶다
또 하나의 예로 ‘제16회 인제 빙어축제 행사대행용역’ 공고내용을 보면 정량적 평가항목 배점이 사업수행실적(8), 인력보유상태(6), 경영상태(6) 도합 20점이다. 실적 6억원 이상, 참여인력 11인 이상, 자기자본비율과 유동비율이 100% 이상일 때 최고점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여기에서 판가름 난다. 예정가격 2억8천6백짜리 행사에 4대 보험 되는 정규직 직원 11명을 투입하라는 발상이다. 간접비를 포함한다면 인건비만도 총 이윤을 초과할 것이다. 9일간 행사, 사전준비기간 포함하여 이 인원들의 숙식, 교통, 출장비, 일비 등을 감안하면 기획사는 기업이윤을 취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이런 측면에서 직원 수 많고, 실적 좋은, 대기업 형 부자 회사를 위주로 선정하는 것은 양극화를 조장하는 것일 수 있다. 창의성이 정당하게 보상받고, 벤처/중소기업이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꿈과 끼, 도전정신을 갖춘 글로벌 창의인재를 키워가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와 상반되는 것이다. 평가방법과 항목의 현실적 재고가 필요하다. 창의적 도전과 실험정신이 대우받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김정로 감독(전 한국이벤트프로모션협회장, 연출감독)
jrkim4611@gmail.com
황윤제 기자 iamhwangja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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