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칼럼] 물총과 미끄럼틀 뿐인 여름축제들

2016.08.02 15:21 이벤트넷 조회 3,368 댓글 0

물총과 미끄럼틀 뿐인 여름축제들

 

국내 축제의 수가 1200개를 넘는다고 한다. 좁은 땅에서 이렇듯 범람하다보니 축제 베끼기혹은 다 비슷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데 근래 한층 심화되면서 가뜩이나 부정적인 축제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일로여서 우려스럽다.

 

언젠가부터 여름 축제는 물총워터 슬라이더가 도배하고 있다. 물 축제는 타이의 송크란 축제가 대표적이다. 매년 4월 타이 전역에서 열리는 축제로, 13세기에 시작됐다. 축제는 시대성, 역사성, 문화성을 겸비해야 한다. 송크란 축제의 물 뿌리기는 원래 상대방 어깨나 손 위에 향기로운 물을 뿌리면서 복 많이 받기를 빌어주는 의식이었는데, 점차 활동적인 거리 물싸움 형태로 바뀌었다. 본질은 복 받기를 빌어주는 것이고, 외형이 물 뿌리기인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더위를 이기고 즐기기 위한 행태로 물싸움이 시작됐다. 그렇다고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여름 축제들이 너도나도 물싸움 행사로 전락한 점이다. 물싸움물 미끄럼틀로 연결된다.

 

우리의 지역 축제는 대부분 지역 개발이나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개최되고 있다. 그 중에는 성공한 축제도 꽤 있다. 화천 산천어축제, 보령 머드축제, 함평 나비축제 등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상당수가 단순히 유희성을 강조하다보니 결국 축소되거나 폐지된 것이 많다. 무엇보다도 축제는 그냥 노는 행사라는 그릇된 인식까지 갖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서울 신촌에서 열리는 물총 축제에 대한 언론 반응도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무질서에 초점이 맞춰지는 실정이다. 이렇게 곳곳에서 천편일률적 축제를 하다보면 그나마 약간의 재미와 호기심도 사라지면서 슬그머니 폐지될 것이 뻔하다. 그러면서 또 다시 축제 무용론이 고개를 들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 축제 전문가가 많아졌다. 이 전문가들이 방방곡곡 물총축제를 기획하고 권할 뿐 이런 근본적 문제점을 제기하는 모습은 별로 보지 못했다. 각 자치단체와 축제 주최기관들, 그리고 축제 전문가들께 당부한다. 물 축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순히 즐기는 축제, 여름이니 시원하게 물 한번 맞는 축제가 아닌, 문화와 이야기가 있기에 의미있고 오래 가는 물총축제로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754738.html 한겨레에 실린 내용과 일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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