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매크로매트릭스 이경선 대표이사
칼럼니스트 / 조PD
2016년 7월, 이벤트넷은 한 회사에서 20년 근속한 기획자를 소개했습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 이직률이 높은 이벤트 업계에서는 아주 이례적인 사례였죠. 최근, 3년 전에 소개했던 기획자의 승진 인사 발령 소식을 접했습니다. 매크로매트릭스에서만 23년을 근무한 이경선 대표이사를 다시 만났습니다.
Q) 대표이사 취임을 축하합니다. 취임 소감을 부탁합니다.
대표이사 제안을 받고 많이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당장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됐어요. 어떻게 함께 성장할 것인지,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전 20년 넘게 실무를 했어요. 그런데 조직의 리더는 실무능력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조직을 성장시키는 능력이죠. 그 부분은 제가 더 준비해야 합니다.
Q) 지금도 부담이 큰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대표이사 제안을 승낙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직책이 CEO 겸 BTL 2본부장입니다. 본부장은 10년을 했어요. 우리는 매출을 본부에서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거의 독립채산제 개념이고, 지금까지 본부의 매출과 조직을 책임지며 살아왔어요. 회사의 미래와 매출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다르지만, 제가 해왔던 일들의 연장이기도 합니다. 이 회사를 잘 키워서 다음 세대에 넘겨주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매크로매트릭스에 많은 애정을 쏟았고 자부심이 있어요. 제 나이가 60이 넘어서 검색해도 나올 수 있는 회사가 되길 바라고, 그것에 애정을 쏟아보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Q) 개인적인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드라이브를 걸어보자는 생각이 있습니다. 일과 가정의 병행도 고려할 때 가장 크게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5년에 에너지를 집중할 생각입니다.
Q) 일과 가정의 조화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더 어려운 부분이 있죠. 그런 점도 고민일 것 같습니다.
여성의 사회생활은 주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물론 가장 먼저 본인의 의지가 명확해야 하고요, 의지를 계속 유지시킬 수 있는 자기 암시도 필요하죠. 플러스 가족들의 배려가 필수입니다. 가사 일도 에너지의 효율적인 분배를 고민합니다. 이를테면 일주일에 5일은 온전히 일에 몰두하는 사회인 이경선의 시간이에요. 나머지 이틀은 가정에 몰두하는 시간입니다. 그 바탕에서 플랜을 짜고 시어머니와 나, 남편과 나의 업무분장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려고 합니다.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웃음).
◆ 여자라는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합니다. 산과 강, 세상의 인심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의미죠. 조직도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갔습니다. 그것에 따라 분위기와 문화가 변합니다. 경영상태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이경선 대표가 매크로매트릭스와 함께한 23년의 무게가 적지 않은 이유입니다.
Q) 매크로매트릭스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나요?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시스템 업체 사장님의 소개였어요. 이벤트가 너무 하고 싶어서 대학 때부터 이벤트 관련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여자라는 이유로,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열몇 군데에서 떨어졌어요. 오기가 생겼습니다. 여자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더 열심히 일했어요. 평일에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러다 만난 사장님의 소개로 입사를 했습니다.
Q) 23년을 근무했어요. 어떤 이유였을까요?
제가 너무 절실하게 일을 시작했어요. 일을 할수록 이 일이 좋고 내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강해졌습니다. 일이 나와도 잘 맞고... 2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그 시간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가고 싶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이직의 이유가 있어야 하는 가치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좋은 선배를 만났던 것, 10년을 함께한 친구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도 이유입니다. 책임감도 있고요.
Q) 23년 전과 지금의 매크로매트릭스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당시의 이벤트 업계 환경과 지금의 이벤트 업계 환경이 달라요. 그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당시에는 대행사에만 올인 했어요. 대행사의 일을 받던 회사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생력이 약했고, 2003년을 계기로 직접 대행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기업문화와 복리후생도 차이가 큽니다. 물리적인 리프레시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시간을 안에서라도 충족시키려는 노력이죠. 이를테면 조식과 중식을 제공하거나 사내 피트니스센터를 근무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비타민과 영양제도 강제로 먹이고 있어요(웃음).
Q) 한동안 직접 대행만 했는데 최근 대행사와 일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직접 대행의 장점들이 있어요. 일단 안정적이죠. 클라이언트 관리에 익숙해지고, 내가 제안한 마케팅 활동의 결과물이 나타나면서 책임감과 자부심이 커집니다. 반면 업무 스펙트럼이 좁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행사와의 협업은 업무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가는 장점이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대표이사 취임의 의미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매크로매트릭스를 이끌어 갈 계획인지 말씀 부탁합니다.
대표이사 취임은 개인적으로, 조직적으로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배, 동료들과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조직적으로는 이 회사에서 자란 친구들이 이 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열린 환경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매크로매크릭스는 합리적이고 유연한 문화를 가진 진정한 전문가들의 집단을 꿈꿉니다. 직원 하나하나가 자존감이 높고, 이 업에 존재하는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는 집단이죠. 그리고 그런 직원들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잘 준비하려고 합니다.
◆ 합리적이고 유연한 전문가 집단
이경선 대표는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모든 직원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정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아닌, 스스로 일정을 계획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회사에는 근속이 오래된 직원들이 많습니다. 이 꿈은 그들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가 사원으로 시작해서 대표이사가 됐잖아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새로운 매크로매트릭스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제 사례처럼 제3, 제4의 미래가 나올 수 있는 회사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경선 대표가 그리는 미래 청사진에는 가족과 직원들이 함께 있습니다. 지금부터 만들어갈 이경선 대표의 미래가 ‘업(이벤트산업)의 자긍심’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요? 기억될 수 있다면 ‘업의 미래’도 보다 밝아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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