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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벤트업계에 첫 발을 내딛는 새내기들을 위해 이벤트넷에서 부탁한 글입니다.
필자는 이벤트 경력 14년으로 2005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공연 총감독을 역임했고,현재는 인천세계도시엑스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기의 꽃
조 원 규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어찌 그리 곧고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사철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예부터 대나무는 군자에 비유되었습니다. 곧게 뻗은 줄기와 사시에 푸르른 잎, 마디는 뚜렷하고 마디 사이의 속은 비어 있으니, 여물고 바르고 속이 비어 있고 곧은 4가지 성격이 군자와 닮았다는 것이지요.
대나무의 특성 중의 하나는 대단히 성장속도가 빠르다는 점입니다. 대나무는 땅속줄기인 지하경의 마디에 있는 곁눈이 부풀어 지상으로 나와 40~50일 만에 16m 높이의 성숙한 나무가 됩니다. 그 속도가 매우 빨라 하루에 1m 이상 자랐다는 기록도 있는데 그 속도가 일반 나무의 무려 200배나 빨리 큰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성장의 이면에는 기나긴 인내의 시간이 있습니다. 대나무는 씨앗을 뿌리고 나면 4년 동안 뿌리만 생장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튼튼히 뿌리를 내린 이후에야 비로소 하늘을 향해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꽃을 한 번 피우려면 무려 100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강산이 10번 변해야 피는 꽃이니 가히 ‘세기의 꽃’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 해가 저물고, 새롭게 한 해가 시작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을 꿉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많은 것들을 설계하거나 혹은 단 하나만을 위해서 눈물겹게 노력할 것을 다짐하기도 하지요. 특히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1년의 시작은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생활이 변하고, 주위 사람이 변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이 변합니다. 나에 대한 요구가 변하고, 갖춰야 할 덕목이 다릅니다.
이벤트 업계에도 많은 사회의 새내기들이 희망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막연히 좋아서, 학부 전공이 그것이라서, 선배나 친구의 권유로, 다행히 입사 응시에 합격해서 등등. 이유야 각기 다르겠지만, 설레임 반 보에 두려움 반 보를 합해서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선배된 입장에서 당부하기로는, 대나무가 푸르고 곧게 자라기 위해서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완벽한 직장은 없습니다. 완벽한 Job도 없습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 다니고 싶은 직장의 상을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됩니다.
‘이 일은 나에게 맞지 않아’라는 확신이 들면 과감하게 새로운 일을 찾아야죠. 하지만 그 이유가 개인적인 시간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 성격 이상한 광고주나 선배 따위의 것이라면 인터넷으로 대나무숲 사진을 보세요. 그리고 뿌리는 내리기 위한, 꽃을 피우기 위한 시간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노력 없는 대가는 없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노력한 만큼 대가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학창시절에 읽었던 “셜록 홈즈의 추리학”이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명탐정 셜록 홈즈는 실상 의학과 화학 밖에 모르는 바보였다. 그나마 의학 역시 와킨스라는 의사의 조언을 받아야 했다’는 것이 책의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즈는 명탐정이 되기에 부족하지 않았는데, 그 두 가지 학문이야말로 수사에 꼭 필요한 정보라는 것이 책의 논리입니다.
현대인들은 대단히 많은 정보와 접촉하며 살아갑니다. 대부분의 정보는 무의식의 세계 안에 정리되지 않은 채로 쌓여 있고요, 필요한 기억들만 차곡이 의식의 영역 안에,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도록 정리해둔다고 합니다. 천재는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의식의 영역 안에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을 잘 정리해 두는 사람이라는 것이 위 책의 요지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사회는 전 과목 평균 80점보다 한 과목에서 120점, 월등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이벤트 1년, 레크리에이션 6개월, 영업 2년, 관리 1년 반의 다양한 경험보다 이벤트 3년의 우직함에 더 높은 가치를 준다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인간의 뇌는 다기능 책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항상 시작의 마음, 처음의 자세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마음이면 누구에게나 ‘사람답다’는 칭송을 받을 것이고, 그 자세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나무를 소나무, 매화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라 부릅니다. 대는 열대성 식물이지만 눈이 쌓이는 계절이 와도 결코 수명을 다하지 않기 때문이죠. 여러분의 직장에서 굳건히 뿌리내리고, 봄과 겨울을 반복하여 마침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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