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후기]무서운 아마츄어(?)
간혹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심사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매체 자격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그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심사에 들어가면 가끔 서글플 때가 있습니다. 프로가 아마츄어한테 심사를 받는 것을 보면 특히 더합니다. 그러나 이놈의 시스템 구조가 그런 이상 어쩔 수 없죠. 심사장에서 기획사 입장에서 보면 가장 무서운 적이 누구냐면 바로 프로흉내를 내는 아마츄어입니다.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무지하게 아는 척을 하는 사람이죠. 특정 계층을 거론해서 그렇지만 디자인, 건축, 예술 등을 전공하는 교수들께서 많은 편입니다.
1차 유형은 자칭 전문가입니다. 프로젝트를 무지하게 많이 했다고 하면서 이래저래 아는 척을 합니다. 말끝마다 “전문가”소리가 입에 붙었습니다. 그런데 소위 선수들이 들어보면 “아닙니다”가 절로 나옵니다. 즉 모르는 사람 앞에서 전문가 운운하면서 아는 척을 하면 넘어갈지 몰라도 선수들이 보면 답 나옵니다. 일단 탁상공론이거나 혹은 여기저기 기웃거린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 만나면 일단 프리젠테이션 하는 사람이 죽어납니다. 심지어는 대 놓고 무시하거나 가르켜 들려고 합니다.
언젠가 전시 관련 심사를 들어갔는데 디자인 관련 교수가 심사위원장을 했습니다. 국가의 모 위원회 소속이라는 것을 열 번쯤 얘기하더군요. 급기야는 심사평을 해달라고 했더니 30분 정도를 합니다. 심사평이 아니라 거의 강의 수준입니다.
심사위원들은 대 부분 심사 전에 모임을 갖고 협의를 합니다. 심사 전 혹은 중간, 끝나고 나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해보면 어느 정도는 상대방에 대해 알 수 있는데 이 때 파악을 할 수 있습니다. 실무경험, 전문식견 등이죠. 대다수의 경우에는 전문지식이 있는 분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은 듯 합니다.
2 차 유형은 “막무가내 무시형”입니다.
심사위원의 경우 때로는 기획사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 부분 기획사를 가르켜 “화장실 갈 때와 나왔을 때가 다른다”는 식입니다. 즉 행사를 수주하기 위해서 감언이설을 하고 이후에는 태도가 돌변한다는 인식입니다. 우리 끼리 얘기지만 이 건 어느 정도 인정하니 그냥 넘어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꼬투리 하나를 잡으면 사정없이 공격을 해대는 겁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사전 작업(?)한 회사에서 우리를 견제하기 위한 공격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박살을 냅니다. 사실 심사장에서는 기획사 입장에서는 큰 소리를 못내는 어쩔 수 없는 구조다 보니 기획사 담당은 그저 어금니 꽉 깨물고 넘어갑니다.
3차 유형은 “4차원 세계 질문형”입니다.
“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할 정도로 희한한 질문을 하는 경우입니다. 심사위원으로 들어왔으니 질문을 해야겠는데 들어보니 잘 모르겠고... 마지못해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이 질문을 받는 기획사 측 담당의 표정이 멍해집니다. 사전에 예상 질문을 통해 예측을 하고 워낙 산전수전 겪은 경험이 있는지라 별 어려움이 없을 듯한 프리젠티이션에 이런 질문을.. 하는 표정입니다. “밤에 별이 몇 개 뜨지요?” 정도의 황당한 질문입니다. 그래도 대 부분이의 기획사 담당들은 슬기롭게 넘어갑니다. 가만보면 4차원 질문에 4차원 대답을 하는 것이 정답인 듯합니다. 어짜피 질문을 한 당사자도 대답을 들어도 잘 모르는 표정은 매 한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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